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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선남선녀 효행에 감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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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의 효행대상 및 가상 수상자 결정은 그 어느해 보다도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마땅한 수상자가 없어 그런것은 결코 아니다. 현실은 그 반대였다. 삼성미술문화재단이 제정, 벌써 10회를 맞는 효행상수상은 해가 거듭될수록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효행을 양과 질로 따지는것은 우스운 일이나 오늘의 세태로 보면 전국 각처에서 천거되는 효행자들은 수도 많으려니와 그들의 효심과 효행 또한 그지없이 가상하기만 한것이다.
때로는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나』하는 감복을 자아내기도 한다.
「요즘세상」 이라면 다분히 자학적인 말같지만 세태의 일각에선 팔순 노부부의 주검이 단칸 셋방에서 20여일이나 방치되어 있었다는 얘기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삼성미술문화재단의 효행대상 후보자로 천거된 사람들 가운데는 해마다20대 미만의 젊은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반가움과 함께 흐뭇한 정경을 보게 된다.
올해에도 팔도강산에서 발굴된 13명의 효행상 후보들중엔 20대의 선남선녀가 들어 있었다.
22세의 한 처녀는 백내장으로 앞을 못보는 부친을 지극 정성으로 봉양하고 4남매를 포함한 6식구의 생계보조자로서 헌신하고 있었다.
역시 20대의 또 다른 청년은 병약한 부모를 모시며 한편으로 6식구의 생계를 꾸려가고, 그런 가운데서도 생업에 열중해 우등생이 되었다. 바로 가상을 받은 이병만군의 경우다.
이들의 행적을 심사하는 위원들 가운데 김준엽총장(고려대)과 김옥열총장(숙대) 두분이 유독 이들 두 젊은이에게 최고의 평점을 준 것은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효행 자체도 높이 평가할만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사회 오늘의 동년배 청소년들에게 주는 감화 또한 적지 않으리라는 사려의 결과였다.
이번 심사에 임한 분들 모두가 이구룡여사(경북)에게 최고점수롤 배정했다. 그것은 52년의 전생애를 바쳐 병석의 시모를 봉양하고, 역시 병석의 부군을 대신해 가계를 이끌고, 그런 역경과 고난속에서도 가정의 화목을 이룩한 이여사의 휴먼드라머가 준 감동때문 이리라.
한때 시력을 읽었던 시모의 손발과 눈이 되어 그의 몸과 마음을 편하고 행복하게까지 해준 이여사의 행적은 가히 초인적인 경지인 것도 같다. 하루 이틀, 한두해도 아닌 50여년동안 계속된 일이다.
우리시대에 그런 착한 사람들이 구석구석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희망의 빛을 보는 것 같다.
다시금 매년 잊지 않고 이런 효행자들을 찾아 시상하는 삼성미술문화재단의 꾸준한 덕행에 격려와 감사를 보내는 바이다. <최종율 중앙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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