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진국 기업들 앞다퉈 진출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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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고나면 새로운 기업들이 홍콩에 들어선다. 중심가 빌딩의 빈사무실에 집기가 운반되고 전에 없던 기업간판들이 나붙기 시작한다. 미국과 일본및 유럽국가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의 야심찬 기업들도 서둘러 홍콩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중공시장정보를 수집하는데 열을 올리고있다.
우선 1명의 상사원만을 배치하는 이른바 1인 지사도 적지 않다.
중공관리나 국영업체 경영자들이 홍콩을 드나들때마다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선진국 대기업체 임원이나 개발도상국 중소기업체의 풋나기 장사꾼들까지 우르르 몰려들고 있다. 중공시장이 워낙 방대한데다 고객층이 다양하여 줄만 잘 잡으면 단단히 한몫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 중개인은 중공사람과 코피를 마시는 도중에 중공 광동의 어떤 기업체에서 TV를 사들이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 판매계약을 체결시키는 대각를 낚았다.
홍콩이 중공에 반환되는 13년후의 대륙진출을 노리고있는 외국기업들은 지금 중공의 대외개방정책이 가져다줄 특수를 노리며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동경도홍콩구」-홍콩이 영국의 식민지라기 보다는 동경의 한 행정구역으로 보일 만큼 일본기업의 진출은 눈부시며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일본 동경의 은좌를 주름잡고 있는 유수한 백화점들도 역시 홍콩에서 땅이 좁다하고 영역확충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대성건설이 2백억엔을 들여 짖고있는 25층짜리 건물에는 홍콩 최대의 백화점이 들어서며 다른 일본백화점에서도 초대형 슈퍼마키트 개설을 서두르는등 중공을 겨냥한 유통센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아사히 광학의 홍콩공장 시설확충과 지퍼를 만드는 길전공업의 새 공장건설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 아성을 쌓아온 영국계 대자본인 자딘 매디슨사의 본부철수 발표와 함께 일본세는 오히려 강세쪽으로 나타나고있다.
홍콩에서 발판을 굳혀야 중공으로 들어갈수 있는 길이 탄탄해진다는 판단에서 일본기업들은 계속 투자를 증가시켜왔다.
현재 홍콩에 진출해 있는 일본기업은 약 8백50개사, 직접투자한 기업체는 작년말 현재로 1백35개사에 이르고있어 숫적으로는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어지간한 제품들을 일본에서 바로 들여다 직매형태로 팔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또 북경에 본점을 둔 중공의 홍콩지사와 끊임없이 접촉해서 단독계약으로 수출을 성사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중공진출을 노리는 일본의 금융산업 역시 만만치 않다.
홍콩에는 7개 은행과 25개 금융회사및 6개 리스회사가 문을 열고 있으며 홍콩이 반환되는 97년 이후에는 중공에 의해 기득권이 인정돼 미지의 중공시장에서 돈장사를 벌이는 꿈을 꾸고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시티코프사는 최근에 홍콩에 2개의 무역회사를 세우고 8천만달러를 들여 자사 빌딩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뱅크 오브 아메리카 (BOA)도 6천만달러의 비용으로 데이터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한국의 석유화학 사업에서 손을 뗐던 미국의 다우케미컬 계열회사는 홍콩의 플래스틱 공장을 최근에 확장했다. 미국계인 케이마트사가 홍콩의 중공계백화점에 소비재를 공급하기 위해 공급센터를 세운것도 최근의 일이다.
듀퐁이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미국의 대회사들은 「중공시장에 대한 도박」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공문제에 박식한 사람들을 에이전트로 지명했다. 에이전트들은 중공을 여행하면서 제품의 수요및 판매처를 탐색하거나 영향력 있는 중공관리와 접촉하고 있다. 외국기업중 홍콩의 제조업에 대한 투자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작년말 현재36억2천만 홍콩달러에 이른다.
홍콩 반환으로 영국은 홍콩주민의 엑소더스 (대탈출)를 심히 우려하고 있다. 수 많은 홍콩주민들이 영국으로 유입될 경우 각 분야에서 적잖은 불안이 야기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영국기업의 대중공접촉은 홍콩교섭이 궤도에 오른 작년부터 무역·투자·산업협력등 여러가지 형태로 급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영국석유자본의 진출이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영국석유)사가 금년초 중공남해의 대규모 해저유전시굴에 나섰으며 로열더치셸도 화력용 석탄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케이블 앤드 와이어사는 통신망 정비를 위한 공장을 건설하는등 합작사업을 작년부터 진행, 무진장한 중공시장 진출에 일단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되고 있다.
미·영·일기업의 훙콩 진출 붐에는 한국·싱가포르·필리핀·말레이지아등 동남아국가들도 다수 끼여있다. 홍콩 반환 협정은 사실상 무효라고 주장해온 대만은 홍콩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많은 달러를 흡수하기 위해 오프 쇼 뱅킹 (역외금융)을 설치했다.
그러나 홍콩처럼 마음대로 돈을 넣고 빼고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있지 않다는데서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금융관계자들은 말하고있다.
중공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다양한 종족에 1천여가지의 수요를 갖고있는 유럽대륙이며 홍콩은 그곳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홍콩=최철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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