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①] 유해진 "나영석 대상, 받을 사람이 받았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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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CF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던 배우 유해진(45). 실상 그는 쉬지 않고 뭔가를 하는 성격이다. 생각도 많고 늘상 바지런하다. 최근 몇 년간은 눈에 띄는 활동도 많았다. 예능과 영화에 출연하며 쉼 없이 대중과 호흡했다. KBS 2TV '1박 2일' 출연 이후 약 1년 만인 지난 1월엔 예능 프로그램 tvN '삼시세끼-어촌 편'에서 청정 웃음을 선사했다. 차승원과 마치 중년 부부를 연상케하는 '케미'를 보여주고, 철사나 나무로 뚝딱 생활도구를 만들어내고, 생선·거북손 등 매일 먹을거리 찾아 다니는 그의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본업인 연기 활동은 두 말할 것 없이 열심히 했다. 매년 적어도 한 작품 이상 신작을 내놓았다. 2008년부터는 2~3작품의 영화를 선보였다. 성적도 좋았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해적 : 바다로간 산적'으로는 800만 관객을 동원했고,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가 연기한 철봉은 멀미가 심해 해적에서 산적인 된 인물. 캐릭터의 코믹한 설정만큼이나 영화에서 빅 재미를 담당했다. 유해진 표 코믹 연기가 제대로 묻어난 캐릭터였다. 그 결과 지난 5월 열린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선 남자 조연상을 수상했다. 조연상은 8번째지만, 코믹 캐릭터로 받아낸 첫 트로피라 의미가 남달랐다. 그런 그가 올 하반기엔 더 바쁠 예정이다. '극비수사'·'베테랑'·'소수의견' 등 세 편의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극비수사'홍보 일정에 쫓기고 있는 유해진을 취중 토크 자리에서 만났다. 최근 3~4일 동안 장염 때문에 고생 중이라는 그는 "속을 좀 진정시켜야된다. 내일 '극비수사' VIP 시사회에서 술을 마시려면 자제해야된다"며 맥주잔 한 잔도 다 비워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이고 술을 입에 댔다가도 "아, 이러면 안되는데…고문이 따로 없다"며 맥주잔을 내려놨다. "평소 소주 한 병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데 술을 앞에 두고 마음대로 못 마시다니"라며 안타까워하던 그는 남은 맥주잔을 가리키며 "평소 같았으면 내가 아주 가만두지 않았을텐데…아주 혼쭐 냈을텐데"라며 특유의 웃음소리로 웃었다. 덜 취했던 취중토크였지만, 그 어떤 인터뷰이 보다 진솔했고 생각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진중한 답을 내놨다. 꾸밈이나 가식은 그와 먼 단어처럼 느껴졌다. 건배를 먼저 권하며 술 자리 분위기를 띄우고, 피부 미남이라는 말엔 "등산을 오래 해서 물광이다"며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진짜 평소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자주 마시기도 하고요. (웃음) 소주 한 병 마시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때 그때 컨디션에 따라 주량은 달라요. 제일 좋아하는 주종은 소주예요."

-백상예술대상에서 조연상을 수상하고도 술 자리가 있었겠어요.

"아, 그 날은 바로 집에 가서 잤어요. 다음 날 중요한 일정이 아침 일찍 있어서 바로 집에 가서 씻고 잤죠. 트로피는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 옆에 뒀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상을 받고 그 기분을 제대로 만끽하고 즐기지 못 해 아쉽네요."

-수상할 때 다른 수상자들에 비해 여유로운 모습이었어요. 꽃다발을 보고 브로콜리라고 농담도 하시고요.

"하하. 그 꽃다발이 집에 아직 있는데 지금 봐도 브로콜리 같아요. 다들 제가 침착하고 여유로워보였다고 하시던데 전 엄청 긴장한 거였어요. 최민식 선배님도 그렇고 나영석 PD도 그렇고 다른 분들이 길게 수상 소감 얘기하는 것 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전 오히려 그들이 여유로워보였어요. 그들을 보면서 전 오히려 어떻게 긴장된 상태에서 저렇게 길게 얘기하지라는 생각이 들던데요. 전 말주변이 없어서…. 아, 그런데 나영석 PD는 길게 말하면서 살짝 떠는 게 보이긴 했어요.(웃음)"

-다른 수상자를 보고 울컥했던 순간도 있었나요.

"이선균이요. 아~이선균이 상을 받을 땐 제가 다 울컥하더라고요. 첫 수상이기도 하고. 그냥 정말 좋았어요. 평소 가깝게 지내기도 하고, 또 영화 '끝까지 간다'가 참 좋은 작품이고 선균이가 연기를 잘 했는데 상을 못 받았던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수상을 하니 제가 다 좋았어요."

-'삼시세끼-어촌 편'을 함께한 나영석PD가 TV부문 대상을 받을 땐 기립 박수를 치시던데요.

"같이 고생했는데 다행히 프로그램 시청률이 잘 나와서 좋았고, 또 그렇게 함께한 나PD가 상까지 받으니 더 좋더라고요. 그날 축하해줄 사람이 저 밖에 없기도 했고 그래서 일어서서 박수를 쳤던 것 같네요. 받을 사람이 받았어요."

-반가운 얼굴들도 많으셨죠. 많은 분들과 인사를 하시던데.

"송윤아 씨는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영화 '광복절특사'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성시경도 오랜만이었죠. KBS 2TV '1박2일' 이후로 처음 봤으니깐요. 김옥빈도 오랜만이었고요. 안성기 선배님도 이런 자리에서 봬서 좋았고요."

-신작 '극비수사'는 김윤석씨와 주연으로 출연했죠. 주연상을 노려야하지 않을까요.

"에이. 전 아니에요. 주연상은 전혀 관심도 없고, 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진심으로 조연상을 사랑해요. 저한테는 조연상도 충분한 것 같아요. 전 진심으로 조연상이 자랑스러워요. 애정이 있어요."

▶▶ 2편에 계속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김진경 기자

[취중토크①] 유해진 "나영석 대상, 받을 사람이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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