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의 고비」 넘긴 「민한」|수습과정서 많은 취약점 노출|개인 이해 앞세운 인상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속의원들의 접단탈당으로 빚어진 민한당의 내분은 1주일만에 가까스로 수습의 길에 들어섰다.
당직개편을 둘러싼 당권·비당권파간의 알력은 해금자 중심의 선거대책기구발족과 당직의 사실상 기능정지라는 선에서 절충됨으로써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그러나 이번 진통과정에서 드러난 민한당의 갖가지 문제점은 앞으로 선거와 당운영과정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표출될 시한폭탄임이 확인되었다.
우선 민한당지도부의 리더십과 소속의원들의 동질성결여는 지난 4년간 민한당이 누려온 제1야당의 위치를 새삼 의심하게 했으며 이른바 자생력이라는 측면에서 많은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유치송총재는 처음부터 사태수습을 능동적으로 끌고가지 않았을뿐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예의 우유부단을 드러냈다.
수습방안을 놓고 선당직자개편을 주장하는 비당권파와 당직고수·선거대책기구 발족을 고집하는 당권파사이에서 결심이 몇차례나 흔들렸고 어느 한쪽도 설득하거나 완전히 장악하지를 못했다.
비당권파를 대표하는 신상우부총재 역시 일관성이 없었고 비판을 받을 대목이 많았다. 창당의 산파역이였고 부총재를 맡고있으면서도 탈당의원의 사전계획에 가담하고 김영삼씨와의 연결에서 신당바람을 부채질한것은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이적행위란 비난을 면키 어려을 것으로보인다.
『나도 거취문제를 고려하겠다』고 했다가 아무런 설명없이 주저않아 수습역을 자임하고, 나중에는 평소 앙숙인 유한열사무총장의 퇴진에만 매달린 그의 자세는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해금입당한 조윤형씨가 『선거대책본부장에 전권을달라』고 나서 4년간 당을 지킨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경계심을 유발하고 탈당수습을 당권경쟁의 양상으로 변질시킨것도 성급했다는 지적이 있다.
또 많은 의원들이 당의 장래와 대국적 명분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앞세워 수습을 어렵게 한것도 민한당의 토양을 짐작케 한일이다. 요컨대 민한당은 이번 사태로 마치 비바람앞에 내놓은 온실속의 화초같은 모습을 보였다.
민한당이 그들의 말대로 이번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위해서는 이번과정에서 받게된 교훈을 얼마나 잘 살려나가느냐에 있다.
민한당의 안일한 리더십과 현실안주의 당풍이 「진실로」충격을, 받은것은 큰 거름이될수도 있기때문이다. 총재댁 사랑방 출입빈도와 「대접」에따라 나누어지던, 단선적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은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없다. 이제 총재가 직접 사랑방밖으로 나가 의원을, 만나고 문제의 소재를 파악, 해결하지않으면 당권유지가 쉽지않다는것을 알게되었다. 유총재는 이번에 창당후 가장 많은 의원을 집중적으로 만나고 많은 얘기를 들었다. 늦긴 했지만 유총재 자신이 좀더 앞장서 나가는 이미지를 가져야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을것같다.
유치송총재-유한열사무총장간에 매사가 결정되고 밀어붙이던 당운영방식은 유총장의 당직일선퇴진으로 수정되지 않을수 없으며 유총재는 당권유지를 위해 새 전략을 모색해야할 형편이다.
이번에 비당권파의 견제기능이 두드러지고 당내 각 그룹의 존재가 부각되었는데 이는 앞으로 민한당내에 새로운 계파정치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파동에서 지금껏 소외됐던 해금입당자와 비당권파 추종세력이 발언권을 높이고 공천심사위나 선거대책위에 참여한데서도 이런 조짐은 엿볼수 있다.
탈당사태를 통해 대부분의 민한당의원들은 신당의 존재와 위협에 대한 인식을 뚜렷이 했으며 총선거를 앞두고 내분을 지속하는것이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것이 내분의 조기종식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또 탈당자들의 그후 소식에 따른 정부·여당의 의도와 신당내부 각계간의 파워게임도 들여다 볼수있게 되었다. 민한당이 신당콤플렉스를 씻고 선거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더 이상의 내분이 없이 단합된 모습을 보인다면 탈당진통은 체질강화와 총선거대책에 큰 각성제가 될수도 있을것이다. <전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