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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동성애 상징하는 무지개빛으로 물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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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이 26일(현지시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리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무지개색 퀴어 축제가 이어졌다.

이날 워싱턴의 대법원과 샌프란시스코 등에선 동성애자들이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며 환영했다. 그간 동성 결혼을 인정해야 한다고 공언해 왔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밤 백악관 외벽에 그간 동성애자 운동단체들이 사용해 왔던 무지개색으로 조명을 밝혀 판결을 축하했다. 동성애자인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평등과 인내·사랑이 승리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려 환영을 표명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간 동성 결혼을 금지했던 주에선 동성애 커플들이 결혼증명서를 떼기 위해 법원으로 몰려갔다. 민주당의 데이비드 시실리니 하원의원과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은 성적 소수자 차별 처벌법으로 확장에 나섰다. 채용ㆍ주거ㆍ대출 등에서 동성애자를 차별화하는 것을 불법화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동성 결혼을 금지해왔던 루이지애나주의 제임스 콜드웰 법무장관은 “대법원이 주 정부의 일에 개입했다”며 “판결문엔 동성 커플에 결혼증명서를 발급해주라는 법적 요건이 없다”고 주장했다. 앨러배마주의 일부 지역에선 결혼증명서 발급 포기가 등장했다. 이성ㆍ동성을 가리지 않고 결혼 공증을 않겠다는 식으로 판결에 저항했다. 현장에 지침을 내려 보내지 않는 식의 저항도 등장했다. 그간 결혼 수호 서명 운동을 벌여 왔던 릭 스카버로 목사는 “대법원의 변덕에 맞출 수 없다”며 시민 불복종 운동을 주장했다.

공화당 주자들도 대법원 판결에 우려를 표명했다. 목사 출신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사법 독재에 맞서 이를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나는 전통적인 결혼관을 믿는다”며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종교의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8일 오전 11시부터 서울광장에선 성소수자 축제인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시민 3만여명(경찰 추산 5000명)이 참여했다. 이번 축제는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단체가 단독으로 개최하는 첫 행사다.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대학로를 시작으로 이태원·홍대 등에서 열렸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광장·을지로·퇴계로를 거쳐 광장으로 돌아오는 퍼레이드도 처음 개최했다. 축제는 지난 9일 서울광장에서 개막식을 열었으며 이날 퍼레이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행사장인 서울광장에는 마크 리퍼트(42) 주한미국대사도 방문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조직위원회 측 부스를 찾아와 "행사를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인 한국교단연합 8000여명과 나라사랑자녀사랑운동연대 2000여명은 서울시청 주변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예상되는 충돌을 막기 위해 이날 기동대 60개 부대 등 5100여명의 경력을 동원하고, 광장 주변에 1m 높이의 철제 펜스를 둘러쳤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조혜경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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