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3300억 매물'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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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4일 종합주가지수는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과 옵션 만기일에 대량으로 쏟아진 프로그램 매물 충격까지 겹치면서 950선대까지 맥없이 밀렸다.이날 국내 증시의 지수 하락폭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외국계펀드에 대한 국세청의 전격적인 세무조사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데 한몫했다.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3% 이상 빠졌으며 한국전력.포스코.국민은행.SK텔레콤.현대차.LG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지수도 반등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떨어져 전날보다 5.35포인트(-1.16%) 내린 455.55포인트로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15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내용이 향후 증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 상황 외면한 국민연금=옵션 만기일인 이날 쏟아진 5485억원의 프로그램 순매도 물량 중 국민연금이 내놓은 매도물량만 3300억원에 달했다. 통상 옵션만기일이 와도 순매도 물량은 1000억~1500억원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이날 시장의 충격은 어느 때보다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측이 내놓은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를 8~9포인트 가량 더 끌어내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측은 외부 7개 투신운용사에 위탁(아웃소싱)해 운용 중인 인덱스펀드의 주식 현물을 선물로 바꾸는 바람에 프로그램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전체 2조원에 달하는 인덱스펀드 운용자금 중 약 1조2000억원은 외부 투신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장복영과장은 "투신사에게 위탁한 자금은 독자적으로 판단해 자금을 운용하는 조건으로 맡긴 만큼 거래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이 자체 운용하는 인덱스펀드에선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매물을 내놓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한 투신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에서 비롯된 대량 매물은 시장에 큰 충격과 혼란을 안겨줬다"며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로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책임을 져버렸다"고 지적했다.

?미국발 경제 불안=미국 기업의 1분기 실적둔화에 따른 최근 미국 증시의 부진도 국내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몇년새 한국-미국 증시간 동조화 현상은 크게 줄긴 했지만 아직도 기업 실적이 발표되는 시점 만큼은 국내 증시가 여전히 미국 증시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13일 발표된 미국의 3월중 소매판매가 0.3%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경제가 뒷걸음질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미국의 10년만기 국공채 금리는 인플레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4.64%에서 13일 현재 4.36%까지 떨어지는 등 자금수요가 줄고 경기 상승세가 꺾이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김형렬 선임연구원은 "일단 15일의 삼성전자 실적이 시장의 방향을 가능케할 것이며 이후 미국의 경기흐름이 국내 주가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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