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인민대회당 규모에 놀라 홍콩주민 「미지의 내일」에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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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경·홍콩 AP·로이터=연합】역사적인 홍콩 반환협정이 정식 조인되자 북경의 거리에서는 환영무드가 고조된데 반해 홍콩 주민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처」영국수상은 19일 중공과의 홍콩 반환협정조인을 위해 북경 인민대회당에 들어서는 순간 건물의 엄청난 규모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처」수상은 조자양 수상이 인민대회당 동쪽 홀로 안내하면서 통역을 통해 『이곳은 다우닝가와 비슷하지요』라며 말을 건네자 『당신들은 다우닝가를 이 한방에 갖다 놓았군요』라고 응수.
인민대회당은 남북으로 길이 3백10m, 내부에는 1백m 길이의 대리석 복도를 비롯, 외국인사 영접용으로 사용되는 대형 리셉션 홀이 27개나 있다.
○…조자양 수상은 「대처」수상과 5백여명의 참석자들에게 중국의 명물 독주인 마오타이주로 건배를 제의하자 「대처」수상도 따라서 건배.
이날 연회석은 채소로 만든 공작조각 1쌍이 장식돼 있었고 영국국기 유니언 재크와 중공국기 영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이날의 메뉴는 중국인들이 즐겨하는 짙은 맛의 양념대신 담박한 맛이 주종이었다.
연회석에 마련된 음식메뉴는 ▲전채(식사 전에 먹는 야채) ▲서호산 푸성귀와 비둘기 알을 넣은 수프 ▲죽순과 버섯을 넣은 전복죽 ▲쇠고기와 닭고기찜 ▲참새우와 가리비(조개류) 튀김 ▲야채볶음 ▲게와 사과퓌레(섞어서 만든 찜이나 수프류) ▲양과와 과일등이 푸짐하게 제공됐다.
○…호요방 중공당총서기는 이날 집무실에서 36시간의 빠듯한 일정으로 중공을 방문중인 「대처」수상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조언했으나 「대처」수상은 『내 인생에는 쉴 시간이 없다』고 답변, 그의 휴식권유를 사양.
○…중공언론들은 『중국사와 세계사의 획기적인 일』이라면서 홍콩 반환협정조인을 대서특필.
중공당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공은 오는 97년 홍콩을 중공에 반환하는 역사적인 영-중공 공동선언을 『문자그대로 존중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양국의 공동선언이 우호협력관계에 새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영·중공간의 홍콩 반환협정조인식을 TV생중계로 지켜본 홍콩 주민들은 대부분 이를 기정사실로 조용히 받아들이면서도 중공의 장래지도자들이 과거와 같은 정치적 변혁이 있을 경우에도 이 협정을 준수할 것인지를 우려했다.
홍콩의 한 학생은 협정조인식을 TV중계로 지켜보면서 『중공은 이제 홍콩을 수중에 넣었다』고 말했다.
○…홍콩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는 「자오·유·칭」박사는 이 협정조인을 『새로운홍콩 시대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이 협정이 단기적으로는 홍콩에 『안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나 주민들이 이에 지나친 낙관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
「자오」박사는 이 협정에 너무나 많은 『미지의 요인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중공의 장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특히 등소평이 사망한 후의 중공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콩정청에서 고위직공무원을 지낸 한 인사는 『영국정부가 우리를 공산주의자들에게 넘겨줌으로써 홍콩 주민을 배신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홍콩의 장래에 관한 영-중공협정이 체결된 19일 홍콩 증권시장의 주가지수가 금년들어 최고 수준인 1천1백73.31을 기록, 홍콩 증권가가 이 협정을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의 주가지수는 전날에 비해 7.18포인트 뛰어올랐다.
지금까지의 최고기록은 지난 3월19일의 1천1백70.3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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