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용 수입곰 <최천식 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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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로키산맥에서 포획해 원형그대로 수입한 야생곰, 원매자를 찾습니다.』
며칠전 일간지에 큼지막하게 실린 이 이색광고는 반달무늬가 선명한 곰의 사진과 함께 웅담의 약효를 설명하고 있었다.
수입야생곰, 과연 수입이 가능한지부터가 의심스러웠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광고였다.
15일 하오4시 서울둔촌동 주공아파트앞 수입곰 판매장을 찾았다.
지난 5월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패혈증에 걸려 웅담을 구해보러 왔다는 50대여인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초라한 차림의 이 여인은 한마리에 1천만원은 주어야 판다는 직원의 말에 결국 발길을 돌렸다. 취재기자는 『사장님의 심부름 온 운전사』라고 말한 뒤에야 상담(?)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설악산 반달곰이 4천6백만원에 팔린 것에 비하면 우린 실수요자에게 싼값에 공급하는 셈이죠.』
국산밥통은 냄새가 나서, 일식요리엔 역시 일제 「기꼬망」간장이나 된장이 적격이라는 이유만으로 앞을다투어 수입해오는 마당에 국내사육곰보다 약효도 뛰어나고 값도 싼 외국산곰을 왜 수입못하겠느냐는 투였다.
곰을 수입해 파는 사람의 이런 생각도 문제지만 몸에 좋다하면 눈에 불을 켜고 몰려드는 사람들도 문제가 아닐 수없다.
친구 3명과 함께 지난6월수입 야생곰을 먹고 효험을 보았다는 최모씨(58)는 『물론 나도 외화가 아까운 줄은 안다. 그러나 국내사육곰보다 싸고 약효가 좋은 것 같다』며 오히려 『국내사육곰을 수입 야생곰이라 속여 파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했다.
웅담이 귀한 약재인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비싼 외화를 써 수입해 먹어야만 하는 것인지….
기자는 처음 광고를 보았을 때 이 곰이 올바른 수입절차를 밟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많은 시민들도 이것이 차라리 사기극이였으면 하고 바라지 않을까 싶다.
나라 빚이 4백억 달러가 넘어선 마당에 몸보신을 위해 곰이 수입된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서다.
그러나 확인결과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연 이래도 좋은 것인가. 한쪽에선 근검·절약·저축을 강조하면서 한쪽에선 낭비·사치·향락을 조장하는 모순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돼야하는가.
무엇보다 어떤 사람은 몸보신을 위해 용돈처럼 쓸 수도 있는 1마리 1천5백만원이란 돈은 대부분의 서민들에겐 평생가야 현찰로는 만져보기 어려운 거액이라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전반에 깊숙이 스며든, 그리고 한족에선 조장되는 인상조차 없지 않은 사치향락의 법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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