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이 뿌리는 돈 한 달에 20억원|불황 아랑곳없는 거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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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71년 거제 대교로 뭍과 이어지고 76년 이후 조선 공단이 들어서면서 산업화의 급격한 바람이 불어닥친 거제도는 이제 불경기를 모르는 이색 지대가 됐다.
밤이면 등잔불만 감박이던 적막한 해안 마을 풍경은 철선을 건조하는 굉음과 불야성을 이룬 상가의 네온사인, 최신 유행 가락의 흥청거림속에 묻혀버렸다.
18만명의 거제인구 절반을 육박하는 외지출신 거주자들이 한달 섬에 뿌리는 돈만도 15억∼20억원.
81년10월 개점한 K은행 옥포 지점이 2년만에 전년대비 48%의 저축액 성장으로 전국 최우수 지점상을 받을 만큼 현금이 많다 보니 거제에선 어느 통계 수치도 최근의 것일 수가 없다.

<투기 바람>
『내년 이맘때쯤이면 시끄러울 겁니다. 요즘은 집 지을 땅이 없어 잠잠하지만 내년에 옥포구획정리와 장평매립지 70만평이 분양되면 가만들 있겠어요. 2년전만해도 신문에서 읽었던 서울강남투기라던것이 여기서도 일었어요. 땅값이 아침다르고 저녁다르고….』
한 거제군청직원은 몇만원선이던 신현읍내 땅값이 요즘은 최하 1백만원에서 최고3백만원까지 홋가한다고했다.
외지유입인구는 늘고 땅값은 뛰다보니 집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
옥수동일대는 3∼4평규모의 방1개가 월세 7만∼8만원, 부엌이 딸린 5평규모는 전세가 4백만∼5백만원을 홋가한다.
82년부터 인기를 끄는 일반아파트(5층) 도 분양가가 평당 80만원으로 웬만한 지방도시를 능가한다.

<급조된 도시>
『78년 대우가 조선소를 인수 할때만도 건설과직원이 3명이었어요. 요즘은 인원이 10명으로 늘었는데도 건축허가신청건수가 워낙 밀려 2년째 야간근무를 하는데도 제때 처리를 못해 허덕입니다.』
군공보실장 최태열씨는 올들어 11월말현재 국민주택사업을 제외해도 일반건축허가신청이 5백85건이나 돼 건설과직원 1인당 60건씩 처리한 셈이라고 했다.
현재 거제군에는 군단위로는 유일하게 관광호텔을 비롯해 여관 57개, 여인숙 30개, 대중음식점 5백84개, 간이주점 73개, 전문·유흥음식점 62개, 다방 1백31개, 유기장 54개가 있다. 이중 90%가 지난 4년간에 생긴 업소.

<현금 경기>
『거제에서는 강아지도 1천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케도 믿을겁니더. 군단위에 관광회사가 2개라카머 누가 곧이 들을낌니꺼. 관광버스도 보통버스는 싫다케서 5천만∼6천만원씩 들여 신형버스를 안들여왔십니꺼.』
거제군에 본점을 둔 내외관광 차량담당 신점범씨(36)는 일반관광객 외에 거제상인들의 서울쇼핑에도 한달에 2∼3차례씩 버스가 대절된다고 했다.
20억원을 육박하는 거제군지방세액의 90%를 장승포읍에서 거둬들이는것만봐도 거제의 현금경기는 쉽게 짐작알수있다.
현금이 흥청거리면서 2개의 조선회사 관련인구 8만명중 절반이상이 미혼·독신자들이고 보면 호경기를 맞는 업종은 술집과 여관·택시등 서비스업.
이 같은 무질서가 잉태한 문란한 성도덕과 한탕주의가 순박한 인심을 흐려놓은 것이 그 무엇보다 큰 거제의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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