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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카드’반발…이종걸ㆍ비노계 최고위 집단 보이콧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표가 밀어붙인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의 후폭풍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얼어붙고 있다.

끝까지 최재성 카드에 반발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9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한 측근은 "지도부 회의를 사실상 보이콧한 것"이라며 “당분간 원내대표 업무만 하면서 문 대표와는 ‘각자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가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잠깐 나왔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대응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만 주재한 뒤 다시 잠수를 탔다.

당분간 문 대표와는 마주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대표와 원내대표실 사이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문 대표는 당내 현안과 관련된 언급을 극도로 아끼며 40년전 자신이 복무했던 서울 강서구의 제1공수여단을 방문하는 등 갈등에서 한발짝 벗어나려 했다. 그는 '당내 분란이 커지고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다 잘 될 것”이라고만 했다.

이 원내대표가 불참한 최고위에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신임 최재성 사무총장도 참석했으나 그 또한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 혁신하겠다”는 말만 하곤 입을 닫았다. 당내 상황을 묻는 기자들 질문엔 “잘해야죠”라고만 했다.

반면 비노무현계 의원들은 반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우선 당직자로 새로 임명된 일부 비노계 의원들이 집단행동 조짐을 보였다.
수석사무부총장으로 발탁된 김관영 의원도 이날 이 원내대표와 함께 최고위원회에 불참했다. 그는 문 대표측에 “지역구 사정으로 당직을 맡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박광온 의원조차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문 대표 측은 이런 움직임이 비주류의 집단적 당직 보이콧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비주류 중진들의 비판도 계속됐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최재성 총장) 인사는 특정계파가 (당직을) 독점하고 (문 대표가) 편한 사람과만 함께 간다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박주선 의원도 "(문 대표가)일반 의원도 아닌 지도부내의 반발까지 묵살하고 인선을 강행한 것은 친노의 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비노계 출신의 이종걸 원내대표를 인정못하겠다는 뜻", “비노들은 나갈테면 나가라. 친노끼리 다 하겠다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주목되는 것은 이런 비주류의 반발 움직임이 분당(分黨)론으로 치닫느냐다.

당 일각에서 현재 '탈당'이나 '분당' 가능성에 대한 언급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지원 의원은 "분당의 빌미를 주지 않는 인사가 되기를 바랐는데 참으로 큰 실망을 안겨줬다"며 "향후 동지들과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대표의 고유권한인 당직인선에 대한 불만때문에 당을 박차고 나갈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세다. 박주선 의원조차 "지금은 정쟁을 유발하는 신당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강태화ㆍ정종문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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