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내 미회사근무 일인간부들"인식 차이" 못견뎌 직장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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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내 미국계 컴퓨터회사에서만 20∼30년간 일해온 일본인중역들이 최근 인식차이를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일이 잦아 업계의「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계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역이나 엔지니어및 일선 영업책임자등 중추적 역할을 맡아온 사람들이다. 업계의 꽃밭이라고 불리는 컴퓨터 회사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표를 낸 일본인들 대부분은20∼30년간의 장기근속자라는데 더욱 주목을 받고있다. 일본풍토에서는 미국식 경영이 맞지 않는 것일까.
29년간 미국계회사인 유니백에 근무하다 최근에 사표를 제출한「사또」씨가 그 전형적인 예다.
그는 유니백의 모회사인 미국스페리사의 대일전략에 의견이 맞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3년전 영업본부장직을 맡았을때 일본시장을 겨냥한 0A(사무자동화)기기의 개발필요성을강조했으나 회사측은 대형 컴퓨터판매만을 고집했고 이후 시장전략에 있어서도·근본적인 견해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역시 미국과 합작회사인 일본NCR영업부장으로있다 퇴사한「스즈끼」씨는 미국과 일본의 문학적인 차이를 들고있다.
일본메이커는 컴퓨터를 팔때 고객을 제일 먼저 염두에 두는 반면 미국회사들은 주주를 최고로 생각한다는것.
따라서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식 경영과 장기적 이익을 겨냥하는 일본식과는 발상부터가 다르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일본시장에 있어 미국계컴퓨터회사의 지위는 70년대말부터 떨어지고 있다.
일본시장의 컴퓨터부문 매상고를 보면 78년까지는 일본 IBM이 단연 톱이었다.
78년도의경우 IBM이 3천1백53억엔, 부사통 3천30억엔, 일입제작소 1천9백억엔, 일본전기 1천6백69억엔, 일본유니백 7백18억엔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79년들어 IBM이부사통에 톱자리를 뺏겼는가하면 80년에는 유니백이 동지·삼노전기등에 밀려났다.
일본 NCR도 신장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대부분의 미국계 컴퓨터회사가 부진함에 빠져있는 중이다.
미국식경영방식이 일본시장에서는 한계를 맞고 있다고볼수 있다.
일본유니백의 자회사인 일본유니백정보시스템사의 상무로 있다 지난10월 그만둔「아까스」씨는 미국인의 우월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스폐리사의 발상은『일본인직원은 우리가 만든 것을 팔기만하면 된다. 미국인이 만든 것이 일본에서 마음에 들지 않을리가 없다』고 하는것으로 미국인의 극단적인 우월감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이와같은 이유로 일본유니백에서는 최근 1년간 컴퓨터사업본부장·부본부장·시스팀개발사업부부장, 제3사업부장등이 연이어 회사를 떠났다.
일본의 신뢰사회와 미국의계약사회라고 하는 문화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제적인 기업경영에 있어서 문화의식의 차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나타내는가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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