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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은 무섭게 하락도 겁나게 … 이때, 내 펀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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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전인 지난해 6월 19일만 해도 2054.62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서는 더욱 불이 붙었다. 4월에 4000을 돌파하고 두 달만에 5000선마저 넘어섰다. 이달 12일에는 5178을 찍으며 1년 전의 2.5배 수준으로 훌쩍 뛰었다.

중국 증시가 과열되자 중국 전역에서 개인투자자가 증시로 몰리기 시작했다. ‘집 팔고, 땅 팔고, 빚 내서 주식 투자했다’는 개인투자자도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이렇게 고공 행진을 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주에만 무려 13.3% 폭락했다. 이는 2008년 6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19일에는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전날보다 6.4% 급락한 4478.36으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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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폭락으로 중국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 관영 CCTV는 최근 주가 폭락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개인투자자가 30여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가 급락하자 국내 투자자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2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의 설정액은 1월 2일 1조9050억원에서 이달 22일 현재 3조1068억원으로 63.1% 급등했다. 중국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투자자도 중국 펀드에 앞다퉈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증시 급락으로 국내 투자자의 손실이 우려된다. 이달 12일만 해도 중국 펀드 설정액은 2조8000억원, 또 이 돈으로 투자한 주식 등의 가치를 뜻하는 순자산 규모는 4조6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불과 10일 만에 설정액은 3조1000억원대로 늘었지만 순자산 규모는 오히려 4조1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증시 급락 중격파가 그대로 중국 펀드를 강타했다는 뜻이다.

 최근 강세장에 힘입어 중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17일 홍콩과 상하이(上海) 증권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국내 투자자도 홍콩 증시를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후강퉁 실시후 5월15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중국 증시 직접 투자를 통한 매수액(누적액)은 231억 위안(약 4조938억원), 매도액(누적액)은 159억 위안(약 2조8178억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잘 나가던 중국 증시는 왜 갑자기 급락한 걸까. 증권가에선 “짧은 시간에 급격히 오르던 중국 증시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는 것”이라는 분석과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증시 활황이 실물경제(소비)로 연결되지 않아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4∼5월에 비해 122% 높은 수준이지만 소비판매증가율은 10%에 그쳐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는 주식투자자 대부분이 소비보다 저축을 선호하는 부유층인데다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주식 투자에 집중하느라 소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8900만명에 달하는 투자자 상당수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를 하고 있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중국 증시의 급격한 조정은 과도한 단기상승에 대한 피로 축적과 가격(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을 의미한다”며 “중국 증시는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고 강력한 유동성 랠리가 마무리되면서 조정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황영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증시의 상승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연초 이후 지속하고 있는 신용거래 규제와 지난해 12 월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기업공개(IPO) 주식을 배정받기 위한 자금 마련 부담이 증시 상승속도 조절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자금수요 집중으로 단기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시장에서 기대했던 기준금리 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 조치가 없어 통화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투자심리 악화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시점에서 중국 증시가 불안해지고, 더 나아가 중국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진다면 세계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규·강병철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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