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빈 장군 기고] 항상 적 공격에 대비하는 태세가 위기 극복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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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세운 남침 계획이 틀어지게 된 것은 바로 춘천지구 전투에서 비롯됐다. 춘천 지구에는 서부전선과 다른 지휘관이 있었다. 바로 김종오 장군이다. 6·25전쟁 발발 당시 우리 군 수뇌부와 서부전선의 지휘관들은 적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첩보부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촬영해온 북한의 T-34 전차 사진이나 전방부대들의 전쟁 임박 보고를 경시하면서 북한군의 전쟁 준비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1950년 6월23일에는 그동안 내려졌던 경계태세마저 해제하고 병력 3분의 1 가량의 외출을 허락했다. 6월25일은 마침 일요일이어서 지휘관들마저 자리를 비웠다. 이런 상황에서 전차와 자주포를 앞세운 북한군의 기습공격에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서부전선은 제대로 반격 한번 해보지도 못한 채 퇴각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6월28일에는 서울이 북한군의 수중에 떨어졌다. 위기의식 없이 안이하고 허술하게 대비한 결과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되는 역사적 치욕을 당하게 된 것이다.

반면 춘천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김 장군은 적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향후 벌어질 사태에 적절히 대비했다. 손자병법 구변편(九變篇)에는 ‘무시기불래 시오유이대야(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적이 오지 않을 거라 믿지 말고 적이 언제 오더라도 내가 준비돼 있음을 믿어라)’라는 말이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조선을 구했던 것도 이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김 장군이 춘천전투에서 3일을 버텨 나라는 구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는 군대뿐만 아니라 국가나 기업 등 모든 조직에도 적용된다. 2007년까지 휴대전화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개발에서 뒤처져 사업을 접은 것은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사상 최대의 이익이 났을 때도 “향후 5년 후, 10년 후에 삼성이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 진다”고 말했다.

현재에 대한 만족보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군 지휘관으로 40여 년을 살아온 내가 경험한 것도 리더십의 중요성이다. 리더는 결코 한순간도 방심하거나 안심해서는 안 된다. 리더의 방심과 안이함은 조직의 이완을 야기하며, 경쟁에서 패배로 연결되기 쉽다.

이럴 경우 그 조직은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책임을 완수하고 조직과 구성원들의 미래를 위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춘천전투에서 김종오 장군이 우리에게 보여준 교훈이다.

임관빈 육군협회 지상군연구소장(예비역 중장)
임관빈 육군사관학교 32기. 육군 제6사단장, 육군 참모차장과 국방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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