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에프」의 명쾌한 귀결에 감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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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음악회에 모여든 사람들도 움츠러들었다 (12월5일 세종문화회관 소강당).
그래도 무대위에 김형규씨가 올라 서니까 한층 누그러지는 듯한 느낌이다. 이날따라 붉은 빛의 연주복은 질감에서도 그렇고 포근하게 연주장 분위기를 감싸 주었다.
김형규씨는 유럽에서 귀국한뒤 최근 몇년동안 가장 활발한 연주를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중의 하나다. 이번 서울에서 연주회를 갖기 전에도 부산· 대구등에서 이미 독주회를 갖는등 국내에서도 활동을 하고있다. 작년에는 한영수교 1백주년 기념으로 영국에서 연주를 가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연주회장에는 장안의 귀밝은 사람들이 가득 모였고, 외교관등 낯선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띠었다. 그의 국제적인 커리어는 청중의 분위기로도 입증이 되는것 같았다.
이날 그가 연주한 곡목들은「베토벤」「멘델스존」「슈만」「프로코피에프」등이었는데,연주자의 의도는 로맨틱한 음악을 주축으로 그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것 같았다.
김형규씨는 아주 성격적인 피아니스트다. 그처럼 강력한 표현을 하고 있는 연주가는 그리 흔치 않은것 같다. 이러한 개성적인 일면때문에 그의 음악에는 자극이 있고, 이를 찾으려 모여드는 사람도 적지 않은것 같다.
성격이 강렬한 연주가에게는 그만큼 위험한 요소도 뒤따른다. 반면 항상 연주효과의 극대화를 가능케한다.
이날도 마지막 「프로코피에프」는 극점을 명쾌하게 귀결시켰고 이런 감홍은 중간과정에서의 머뭇거리던 실수를 덮어버렸다 (슈만) .
어떤 면에서든지 김형규씨가 들려주는 음악은 기교적으로나 표현의 밀도에서나 속이 차있고 얻는 것도 많다.
이런 음악회가 많을수록 악단은 풍요해진다. 최근 외국에서 능력있는 연주가들이 많이 돌아와 주로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여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이 이러한 예술가를 포용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이왕이면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레지던트 아티스트같은, 조금 가르치고 많은 연주를 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능력있는 연주가들이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활동할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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