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정·내가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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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에 정부가 성안한 「청소년문제개선종합대책」은 우선 내면에 성의와 관심이 엿보여 호감이 간다. 문제는 실천이지만, 과거의 예를 보면 「성안」조차 무성의하고 공연히 소리만 요란한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청소년문제와 같은 비정치적이고, 전시효과도 별로 없는 문제는 더욱 그런 인상이었다.
물론 이번의 대책이라는것도 대부분이 지금까지 거론됐던 방안들이긴 하지만 새로이 「손해배상명령제」와 「수강명령제」같은 시도가 포함된것은 한번 깊은 관심과 열의를 가져봄직한 아이디어다.
청소년범죄에 대한 책임을 범법청소년 본인은 물론이요 보호자에게까지 묻도록 하여 비행·우범청소년에게 처벌위주에서 벗어나 교도소나 범법자 수용시설을 견학시켜 심리적 충격요법을 시도한것은 기대해 볼만한 「고내책」이다.
청소년의 비행은 먼저 가정의 책임을 붙어야할 일임엔 틀림없다. 청소년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보호자가 이를 배상하는 것은 도리상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청소년의 가정이 대부분 「결손」상태이거나 빈한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실효를 과연 얼마나 기대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행을 저지르면 벌을 받아 고생을 한다는 인과율을 모르고 범법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법이 엄하면 엄할수록 증거인멸을 위해 범행이 흉포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청소년은 인격의 미숙상태에 있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이나 충동적인 동기로 비행을 저지르는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부모의 잔소리나 사직당국이 겁을 준다해서 개선될 일은 아니다.
재범률의 증가가 이를 입증한다. 청소년문제를 청소년만의 별개 문제로 분리시켜 생각하는 발상엔 큰 오류가 있다.
청소년문제의 심각성은 가정뿐 아니라 사회전체의 문제, 나아가서는 기성세대 전체가 책임질 문제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에 척연돼 있는 무질서, 불법, 탈법, 성윤리의 타락, 과소비, 사치등 각종 병리현상에 근본적인 책임이있다. 오염으로 혼탁해진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기형화되는 것을 어찌 물고기 자신의 잘못이라고 탓할수 있을 것인가.
작년 한햇동안 발생한 청소년 범죄중 강도가 46·2%, 절도가 44%이며, 10년전보다 청소년 강도가 4배나 넘게 증가했다는 통계는 법행동기가 대부분「돈」에 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청소년문제는 지금과 같은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근본적해결이 불가능함을 인식해야한다. 사회전체가 「내집안」의 문제, 「내자식」의 문제로 나서서 도덕적인 표양을 보여주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작정 흥청거리기만 하는 사치, 소비조장적인 퇴폐문화의 범람을 절제시키려면 국가와 사회, 가정의 각성부터 선행돼야 한다.
한편 청소년에게 「청소년다운 놀이」와 「청소년다운 사고」를 할수있는 문화의 장과 기회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문제도 시급하다. 사실 오늘의 청소년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젊음의 활력과 때묻지 않은 정서를 쏟을수 있을지, 주위를 돌아보면 난감하기만하다. 청소년의 유흥장은 많아도 문화의 장은 없는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그것은 과거와같은 「갤로핑인플레이션」시대의 재연은 우리사회 전체의 도덕성을 마비시키는 백해무익의 사태다. 근면과 성실과 정직을 그런 사회상은 우습게 만들어 버린다. 청소년들에게 아무것도 교훈할바가 없다.
결국 이것도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정부는 신뢰할수 있는 정책을 통해, 사회는 권면과 정직의 미덕을 통해, 가정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사회안점」을 지켜가야할 것이다.
청소년의 문제는 이처럼 우리사회의 뿌리와 연결된 근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는 말과 「안」의 성찬에 그칠 일이 아니라 실천의 의지로써 이문제를 다루어 나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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