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의 고향 미국 사상최악 불황에 허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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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프로복싱의 메카인 미국이 올들어 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돈·킹」「단·듀바」와 함께 미국 뿐 아니라 세계링계의 트로이카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보브·애럼」프러모터는 『복싱은 이제 완전한 쇼로 전락하여 한물간 스포츠가 됐다. 조그마한 프로야구단이나 인수하여 흥행을 해 볼 생각』이라고 말해 복싱계의 퇴조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지난76년 뮌헨올림픽에 이어 영화『로키』가 상영되면서 일대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미국프로복싱이 이같이 외면당하고 있는 이유로는 크게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이렇다할 간판스타가 없어 세계를 흥분시킬 만한 빅매치를 벌이지 못했다. 둘째 TV의 외면으로 인하여 복싱계가 재정적인 파탄에 직면하고 있다. 셋째 IBF의 출범으로 기존WBA·WBC등과의 분쟁등으로 강력한 구속력을 갖춘 행정기구가 없다는 것 등이다.
이같은 미국복싱계의 침체이유는 올들어 가짜 도전자사건으로 그로기가된 한국프로복싱과 비슷한 맥락이어서 주목된다.
『헤비급챔피언이 3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이제껏 들어본 사람이 있읍니까』라는 미들급 통합챔피언「마빈·해글러」의 반문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미국 복싱이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2년부터다. 76년 이전의 10년간은「무하마드·알리」에 의해 복싱계가 지배되었고, 그 이후에도 매년 세기의 대결이 펼쳐져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레너드」의 은퇴, 그리고 「레이·맨시니」와의 혈전끝에 김득구가 링위에서 충격적으로 목숨을 잃는 등 불상사가 일어나면서 복싱계는 서리를 맞기 시작했다.
또 TV마저 프로야구나 미식축구·농구등 인기구기종목에만 몰리고 더군다나 올해에는 올림픽 때문에 복싱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듀바」는 복싱퇴조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러한 침체를 딛고 복싱이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WBA와 WBC가 서로 협력하여 통합챔피언을 탄생시키는 등 복싱계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야 하고 지나친 선수보호로 인한 느슨한 경기에서 탈피, 복싱특유의 광적인 특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중론이다.
거액을 들여 LA올림픽복싱 영웅들을 프로에 끌어들이고 「해글러」와 「헌즈」의 대결을 추진하는 것등은 침체된 복싱을 살려보려는 필사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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