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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도입 뒤 청년 고용 땐 1인당 3240만원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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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앞으로 대기업이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과도하게 깎거나 대금을 제때 주지 않는 행위에 대한 익명 제보가 가능해진다. 불공정 행위가 드러나면 강력한 제재도 뒤따른다. 대신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기금을 출연하면 세금을 깎아준다. 316개 전체 공공기관에는 올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민간 회사에는 청년을 고용한다는 전제하에 3년 동안 1인당 연 1080만원씩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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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17일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1차 노동시장 구조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개혁안에는 크게 ▶청·장년 간 상생 고용 ▶원·하청 상생 협력 ▶정규·비정규직 상생 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 파트너십 구축 등 다섯 가지가 담겼다. 상생을 프레임으로 삼아 고용시장을 뜯어고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번 정부의 구조 개혁 방안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를 앞둔 선제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정년이 늘어나는데 임금체계는 아직도 성과나 생산성과 관계없이 장기 근속하면 돈을 많이 받는 호봉제 중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기업체의 임금·단체협상이 시작됐다. 정년 60세 적용을 앞둔 마지막 임단협이다. 이번 임단협에서 향후 고용시장 변화에 따른 대비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고용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단협에 임하는 현장의 노사가 가장 필요하면서도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담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은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를 정조준하고 있다. 힘없는 하청업체나 비정규직, 청년실업자를 배려하도록 유도하는 지원책이 담겼다.

 대표적인 게 원청이 하청업체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상생협력기금을 내면 출연금의 7%를 세액공제 해주기로 한 방안이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보호에 직접 나서라는 메시지다. 그러면서 하도급 대금의 법적 보호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대리 제보나 익명 제보를 활성화하고, 불공정 거래가 드러날 땐 공공입찰 제한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원청업체 근로자와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을 차별하면 제재하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원청업체에 상생의 책임을 지우고, 이에 따른 강력한 제재 방안도 동원하겠다는 뜻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하청업체의 근로 조건이 좋아지면 청년들이 대기업만 바라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청년실업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를 압박하는 내용도 많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감축한 인건비로 청년을 채용하면 지원금을 준다. 취업 규칙을 노조의 동의 없이 바꿀 수 있는 방안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세대 간 상생 프레임으로 노조의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전략이다. 여기에다 임단협 과정에서 불법 파업을 하거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고, 고용 세습을 단체협약에 명시하는 행위와 같은 위법·불합리한 관행은 강력한 행정지도로 바로잡을 계획이다.

 정부는 후속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도 준비 중이다. 늦어도 9월께에는 발표한다. 비정규직 보호 대책이나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근로 시간 단축 방안, 최저임금 결정 방식 변경, 산재보험 적용 대상 확대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다. 이에 앞서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대책을 다음달에 내놓는다.

 그러나 정부 방안에 노사 양측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정부의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규직 전환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고용경직성을 심화시켜 노동시장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조치가 많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선 취지라고 주장하는 양극화 완화와 이중 구조 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하고 고착화시키는 개악”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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