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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심상찮다 … 정몽구, 또 이틀간 현장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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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정몽구(77)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다음 주 이틀 일정으로 중국 출장에 나서며 ‘현장 경영’을 강화한다. 그룹의 ‘숙원 사업’인 현대차 중국 5공장 착공식 현장에 참석하고, 중국 로컬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 ‘경쟁 격화’로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이 흔들리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17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23일 예정인 중국 5공장 착공식 참석 차 방중(訪中)하기로 했다”면서 “5공장이 지어질 중국 중서부 충칭(重慶)뿐만 아니라 상용차 공장이 있는 쓰촨(四川)까지 경유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완공 예정인 충칭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규모로 현대차가 중국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데에만 약 3년을 소비할 정도로 공을 들인 사업이다. 충칭 공장을 짓기 위해 중국 정부의 요청대로 베이징(北京) 근처 허베이(河北)에도 연간 생산능력 30만대 규모의 중국 4공장을 함께 지을 정도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이뤄지는 정 회장의 이번 중국 출장은 평시와는 다른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함께 현지에서 ‘3강’으로 꼽힐 정도인 현대·기아차가 올 들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정 회장은 기공식 행사 이후 현대차의 중국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승용), 쓰촨현대(상용) 법인장을 비롯한 현지 임원들로부터 시장 상황을 보고받고, 필요할 경우 특단의 조치까지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현대의 경우 지난달(5월) 중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한 8만2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올 4월 중국형 LF 쏘나타를 출시하는 등 ‘신차효과’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월간 계획(약 9만대 수준)보다 1만 대 가량 모자란 실적을 거뒀다. 중국인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데 반해 현대차의 모델 라인업은 세단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 비중이 56%에 달하는 기아차도 지난달 30~31일 중국 물량 감소로 인해 일시적인 공장 감산에 들어갔다. 중국 시장 SUV 부문 판매 1위에 올라선 창청기차의 1500cc SUV ‘하발 H2’는 가격이 11만 위안(약 1971만원)으로 기아차 SUV ‘스포티지’보다 약 1000만원 정도 저렴하다.

 여기에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메이커까지 중국에서 약진을 노리고 있다. 일본 메이커 혼다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베젤’의 판매 호조로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한 8만대를 판매했고, 올 하반기에는 미국에서 월간 1만3000대 이상씩 팔리는 SUV ‘CR-V’를 현지에 내놓을 계획이다. 도요타도 같은 기간 13.3% 증가한 9만1900대를 팔았다.

 닛산은 현대차가 아반떼·쏘나타 등 주요 모델을 중국에 내놓을 때 현지 수요에 맞게 모델을 개량하는 전략을 그대로 차용했다. 닛산은 차체를 높이고 장식을 화려하게 하는 등 중국 소비자 기호에 맞춘 현지형 모델 ‘라니아’를 올 3분기 출시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메이커들이 중국형 전략 모델을 출시할 뿐만 아니라 ‘환율 효과’로 얻은 영업 이익을 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 인센티브(판매장려금)로 쏟아붓고 있다”면서 “현대차가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체력은 있지만 도요타가 현지 증산을 완료하는 2017년에는 현대차의 상대적 우위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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