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뿌리는 한나무로 자라야 한다|야권 「빈마음」돼 소이 극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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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연간의 정치규제가 풀린임명의 3차해금자중에는 30명의 10대의원을 포함해 38명의 전직의원이 들어있다.
구여권전직의원들은 대체로 정치재개에 소극적인 반면 구야당인사들은 정계복귀에 적극적이다.
권력의 큰 그늘에서 비교적 편하게 정치를 했던 구여권인사들에 비해 힘과 부딪치고 풍상을 격으며 정치를 해온 야당사람들이 역시 정치에의 생명력이 질긴것 같다.
야권해금자들은 이미 해금되기전부터 정계복귀를 전제로 진로를 모색하는 사실상의 정치활동을 해왔다.
제1아당인 민한당입당을 생각한 사람, 민주화추진협의회에 가입해 그 기구와 관련지어 진로를 모색하는사람, 구신민당최고위원들이 중심이된 신당추진파등 몇갈래의 움직임이 있었다.
1, 2차로 해금된 전직의원의 다수가 민한당에 입당한데 비해 과거 야당의 중진이 많은 3차해금자들은 대개 민한당보다는 신당창당에 더 관심을 보인다.
현재의 형세가 이렇게 야권의 대동단합보다는 야영역의 분할로 기우는데는 여러원인과 작용이 있을것이다.
과거 서열이 높았던 해금자들로선 이미 꽉 짜여진 민한당에 들어가봐야 과거비중에 따른 대접을 받기가 어렵다는 생각이고, 민한당으로서도 그들을 소화하기가 버거운게 사실이다.
그동안 「타력정당」이니, 「피조정당」이니 하며 민한당을 비방해온 감정의 찌꺼기도 이들의 악수를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는 야당권의 다당화를 의미할뿐인 「다당제」에대한 집권당의 이상 집착 또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지금 같아서는 민한당과 해금자간의 제휴는 고사하고 해금자들이 추진하는 신당마저 하나가 될지, 둘이 될지 모를 형편이다.
이러다간 12대총선에서 구신민당세력이 3분될판이다.
민한당사람이건 해금자건 결국 국민의 야성향표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같은 선거구에 이들이 따로따로 출마하게되면 같은 지지기반을 양분하게될 뿐이다.
야성향이 특히 강한 서울같은 대도시에서는 복수의 야당후보가 당선되리란 기대도있는 모양이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여당후보의 악승을 보장해주게 되는 경우가 훨씬더 많으리라고 봐야한다.
비단 12대선거차원에서만이 아니다.
원내야당이건 재야세력이건 야당이라고하면 언필칭 수권정당임을 자임하는데 이렇게 범야세력이 나뉘어서는 수권이란 말이 무색할뿐이다.
야당이 수권정당을 지향한다고하면 적어도 범야세력이 뭉쳐야한다. 야당세력이 하나였던 70년대초에도 막강한 집권세력앞에 정권교체을 이룩하지 못했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원래 뿌리가 다른 국민당은 그렇다 하더라도 뿌리가같은 민한당과 재야의 해금자들은 하나가 되는 노력을 해야하고 시간이 없어 선거전에 못하면 그후에라드 범야통합을 진지하게 추진해야할 책무가 있다.
더욱 딱한것은 3차해금자들이 추진하는 신당마저 하나가 될지 둘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구야권의 3차해금자중 전직의원은 고작 26명.
이중 건강등의 이유로 정치를 안할 사람을 빼고 2차해금자와 규제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합해봐야 그런대로 지역기반을 지니고 있던 사람은 30명을 넘기 힘들다.
따라서 해금자들이 단합해서 신당을 만들어도 지역구에서 당선될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다.
그런판에 어떤 이유로든 신당마저 두갈래가 된다면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보지않아도 뻔하다.
해금인사들도 그런점을 충분히 인식하리라 믿는다.
과거 구야권내부에 상당한 시국관의 차이가 존재했고 그러한 차이가 당외의 부채질과 겹쳐 한때 파국직전상황까지 갔던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타의로 정치의 장에서 밀려나 4연여를 같이 불우하게 보낸만큼 구원도 희미해졌을테니 이제는 서로 빈마음으로 소이를 극복하고 대동을 추구해야 하겠다.
타의로 장을 잃는 고난을 겪고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분열과 파쟁의 구태를 거듭한다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기대할수 있겠는가.
범야대동단합을 목표로 하고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신당이라도 하나가 되어야만 그 맥이나마 지킬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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