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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 품새 버무려 해외 공연 … 우석대 ‘태권 아트’ 한류 잇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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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석대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꾸미는 ‘에이지 오브 태극’의 한 장면. 태권도를 기본으로 무용·음악·미술 등이 어우러진 퍼포먼스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1월 8일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 시내 중심부에 있는 한 체육관에서 태권도복을 차려 입은 한국인들이 무술 공연을 펼쳤다. 시범단 10여 명은 화려한 발차기와 지르기·막기 등 절도있는 동작과 태극·고려·금강품새 등을 선보였다. 허공을 3m가량 날아가는 장애물 격파, 몸을 세 바퀴나 돌려 차는 회전 격파도 이어졌다.

 후반부에는 파란색 상의와 모자를 쓴 공연팀이 소녀시대·빅뱅 등 K팝 노래에 맞춰 흥겨운 태권 율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관람객 500여 명은 요란한 박수 갈채를 보냈다. 이 중에는 파라과이 체육부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도 섞여 있었다.

 이날 공연팀은 전북 완주군에 있는 우석대 태권도학과 1~2학년 학생들이다. 이들은 4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기온과 냉방시설이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파라과이 도시를 돌며 2주 동안 공연을 했다. 일부 단원은 탈진해 얼음 찜질을 받아가면서도 강행군을 멈추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가는 곳마다 어린이 등 수백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격파시범 때 쪼개진 송판 조각을 기념품으로 서로 갖겠다고 경쟁을 할 정도였다. 공연팀을 지도한 우석대 이정아(태권도학과) 교수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통해 꿈을 심어준 게 큰 보람이었다”며 “태권도가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우석대가 태권도와 공연을 접목해 스토리로 풀어낸 퍼포먼스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에 이어 ‘제2의 한류 붐’조성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권도학과 학생 30여 명이 출연하는 ‘파랑새의 꿈, 안중근’은 지난 2년간 50여 회를 공연했다. 이 작품은 절도있는 태권도 품새·겨루기 동작과 화려한 음악·무용으로 안중근 의사의 일생을 스토리텔링화했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DC 등에서 순회공연을 했으며 유럽·동남아 등과도 수출 계약을 맺었다.

 건국신화를 판타지로 꾸민 ‘에이지 오브 태극’은 K팝·춤과 태권도의 격파·호신술을 결합했다. 지난 13일 중국 지린성 공연에서도 “태권도가 문화예술로 승화됐다”는 평가와 함께 큰 박수를 받았다.

 우석대의 태권도 공연화는 지방대학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승부수다. 최상진 우석대 태권도학과장은 “스포츠라는 기존 패턴으로는 서울 지역 대학들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고 판단해 태권도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새로운 공연문화를 창출해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태권도뿐 아니라 연기와 노래·음향·시나리오 등을 두루 배운다. 졸업생 진로도 태권도 지도자에서 뮤지컬 배우와 무대 기술자, 마케팅 전문가 등으로 넓혀졌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우석대 태권도학과는 교육부의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 대상에 선정됐다. 태권도학과를 운영하는 전국 100개 대학 중 유일하다. 김응권 우석대 총장은 “무도(武道) 스포츠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음악·무용·미술·문학 등과 융합한 신개념의 문화예술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했다”며 “태권도 퍼포먼스가 새로운 한류의 중심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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