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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율 증가세 주춤하지만 90년대 일본처럼 구조적 악화는 없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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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 18면

“한국의 세입여건은 과거 일본처럼 구조적으로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세수입 평가…’ 보고서 낸 김성태 KDI 연구위원

거시경제 전문가 김성태(41·사진) KDI 연구위원은 중장기 세수 전망에 대해 “경상성장률 하락폭이 크지 않고 주요 세목의 부담률이 안정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최근 국세수입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국세수입 추이와 세목별 상황을 일본과 비교한 뒤 중장기 조세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세수입이 3년 연속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한국의 경제 상황이 20년 전 일본과 닮았다는 점에서 90년대 일본 재정과 비교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국세수입 절대 규모가 감소했다. 90년 60조엔 초반이던 국세수입이 2012년 45조 엔까지 하락했다. 2000년대 중반 고이즈미 총리 집권기간 중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상승하면서 반등하였으나, 금융위기 이후 재차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국세수입 절대 액수가 감소하지는 않으나 국세수입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2000년대 들어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연평균 국세수입 증가율이 8.3%를 기록하며 세입여건이 양호했으나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는 4.6%까지 하락했다.”

-원인이 뭔가.
“국세수입은 명목성장률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명목성장률의 하락은 항구적으로 세수기저(tax base)를 낮춘다. 한국의 경우 명목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세입이 약 2조원가량 줄어든다. 일본의 명목성장률은 연평균으로 80년대 후반까지 6% 내외였으나 90년대에는 1% 내외로 급락했다. 인구구조 고령화에 따른 실질성장률 하락 이외에 물가상승세가 큰 폭으로 둔화한 탓이다. 한국도 명목성장률이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 9.7%였으나, 이후 크게 낮아져 2012년부터는 3%대에 정체돼 있다.”

-세목별로 분석하면 어떤가.
“한국과 일본 모두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일본의 경우 소비세)가 세수의 75~80% 정도를 차지한다. 일본은 소득세제 관련 제도의 완화로 부담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했으나, 한국은 오히려 부담률이 상승했다. 일본은 가계소득이 90년 308조5000억 엔에서 99년 336조9000억 엔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부담률이 낮아지면서 소득세수가 감소했다. 반면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소득세수 증가분 17조원의 30% 정도인 6조원이 부담률 확대로 늘어났다.”

-법인세, 부가세를 비교하면.
“법인세 부담률은 90년대 일본이나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서 모두 소폭 하락했다. 일본의 법인세는 1990년 18조4000억 엔에서 1999년 10조8000억 엔으로 감소했다. 이중 80%는 기업소득 감소로, 나머지 20% 정도는 부담률 변화 때문이다. 한국의 법인세수는 2008년에 비해 2014년에 3조원 정도 늘었는데 이 중 법인소득으로 플러스 7조원, 세부담 완화로 마이너스 4조원 효과가 있었다. 부가세는 일본의 경우 97년 세율을 3%에서 5%로 늘리면서 세수 개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 2008년 대비 2014년 부가가치세수가 20조원 정도 증가했는데 14조원은 내수 증가로, 7조원은 부담률 상승으로 분석된다.(부가세 부담률이 올라간 것은 대상 품목이 늘고, 세정을 강화한 때문이다).”

-일본 같은 심각한 국세수입 부진이 올 수 있나.
“일본은 국세수입의 70%(90년 기준)를 차지하던 소득세·법인세에 대해 대규모 감면을 해 구조적으로 부담률이 낮아졌다. 여기에 경상성장률 하락이 겹치면서 세수가 급감했다. 소비세율을 올렸지만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로 낮아 소득세·법인세 감세를 상쇄하지 못했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부담률이 상승하면서 법인세 부담률 하락을 상쇄했다. 주요 세목 부담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세·부가세 부담률 상승으로 인한 세입 증가분은 약 13조원인데 반해, 법인세율 하락에 따른 세입감소는 4조원에 불과하다. 성장세가 일정 정도 유지되는 한, 과거 일본처럼 세입여건이 구조적으로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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