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1세기 과오를 반성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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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독교 전국신학대학협의회(회장 주재용)는 21일 한국기독교 선교2세기의 신학방향을 제시한 한국신학자 신앙고백서를 발표했다. 지난10월의 한국기독교 1백년기념 신학자대회를 배경으로 한 이 성명형식의 신앙고백은 지난 1세기동안 미처 깨닫지 못하고 행하지 못했던일들과 과오에 대한 반성및 회개로 시작됐다.
첫째의 반성은 『오랫동안 북미교회의 교파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채 그리스도의 한몸된 교회일치운동의 신학적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다.
성명은 이어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역사안에서 예수의 제자직을 다할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세상과 역사로부터 도피하는 타계적 신앙과 역사 도피적 신학을 「복음」또는 「정통」의 이름아래 강조해왔음을 자백했다.
다음은 기독교 토착화를 이루지 못한 점을 회개했다.
한국기독교 신학자들은 민족의 역사적 전통과 종교·문화적 유산이 분명한 하느님의 축복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거부, 이단시함으로써 민족문화와 기독교문화의 융합·발전에 기여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사상과 전통종교, 현대 지성사회와의 학문적 대화를 게을리함으로써 지적 신빙성을 약화시켜 왔음을 반성했다.
끝으로 현대산업화사회를 이끌 가치관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깊이 회개했다.
일종의 「신앙고백」형식을 취한 이 성명은 앞으로의 1백년을 내다보는 선교2세기의 신학좌표로 사회의 인간화운동 참여를 제시했다.
성명은 『우리는 오늘 우리역사의 시각에서 성서를 연구 해석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 사회속에서 말씀하시는 참뜻을 가르치고 선포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우리의 모든 전통문화를 하느님의 은사로 받아들여 「열린 마음」으로 이를 연구하고 가르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체의 교권주의적 억압을 배격하며 저항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인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해서는 『한편으론 공산체제의 이데올로기를 반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유린·경제적 수탈·문화적 소외·억압적인 정치지배 현상을 정당화시키는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도 비판, 저항하겠다』고 했다.
민중을 표방하면서 민중을 도구화하고 노예화하는 사회주의 공산체제나 인간존엄성을 물질주의로 환원시켜 비인간화시키는 사회구조는 거부한다는 것이다.
성명은 『우리는 안주하는 바리새적이며 율법학자적인 자세를 떠나 한국사회의 역사에 참여하며 가난과 고통을 외면하거나 지나쳐버리지 않고 예수가 걸었던 고난의 길을 따르겠다』는 다짐으로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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