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축재자 환수땅 싸게 사준다" 기관원 사칭 85억사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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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치안본부는 22일 모기관간부등 공직자를 사칭, 정치자금을 조성키위해 부정축재자들로부터 환수한 서울가락·양재·개포동등의 땅을 염가로 매각한다고 속여 건축업자인 벽진건업대표 정병수씨(45)로부터 85억원(현금 및 자기앞수표 4억원, 약속어음 10억원, 당좌수표 71억원)을 편취하고 무역오퍼상인 삼봉교역대표 정영섭씨(57)로부터 1백여억원을 사취하려던 부동산 사기단 2개파 19명을 검거, 이가운데 박정희대통령시해범인 김재규의 내연의 처 장정이씨(58·서울옥인동13의1)등 12명을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원매자를 물색하던 이덕걸씨 (41·건축업·서울월계동436)등 7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치안본부는 3개월전부터 시내 부동산소개소와 다방가에서 정부가 정치자금을 마련하기위해 부정축재자로부터 환수한 토지를 매각하려한다는 유언비어가 널리 퍼지면서 이같은 대형사기사건이 발생했으며 아직도 같은 수법의 전문사기단 5∼6개파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인들이 편취한 85억원가운데 7억원을 이미 착복했으며 나머지 78억원은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범죄사실>
고 김재규의 내연의 처인 장씨등은 정부에서 서울 강남일대의 환수재산을 정치자금으로 만들기위해 은밀히 매각하고있다는 유언비어를 부동산가에서 입수한 뒤 이를 이용, 거액을 편취키로 하고 지난8월하순부터 하수인을 조종, 자기들이 마치 정부고위공직자인 것처럼 믿게한 뒤 서울가락동등의 임야는 주거지역으로, 주거지역은 상가지역으로 용도변경한 뒤 염가로 팔아 일부는 국고에, 일부는 정치자금으로 헌납하고 나머지는 매매관계인이 분배한다는 식으로 원매자들을 유혹했다는 것.
또 불구속입건된 이덕걸씨등은 환수재산 처리반 요원을 사칭, 정부에서 한일합섬으로부터 환수한 서울서초동 부동산을 염가로 파는것처럼 유혹, 건축업자인 윤모씨(45)에게 접근, 사기를 하려다 적발됐다.

<주범범죄사실>
▲장정이씨=탄산수수출업체인 다이내스트주식회사를 경영하면서 최근 사업자금이 달리던중 이회사 충무로 있는 이경식씨(46)로부터 『정부가 정치자금을 마련하기위해 환수재산을 매각한다고 하는데 그 처리담당자를 잘 알고 있고 매각대금은 영수증없이 처리되는 것이니 이를 알선하여 사업자금을 마련하자』는 제의를 받고 평소 알고있던 부동산브로커 이치우 (41) 박군용(63)씨등을 동원, 원매자를 물색했다는 것.
장씨는 하수인들이 물색해온 벽진건업 대표 정씨에게 『나는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는 이치우 대령(가공인), 모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이경식대령(가공인)등을 잘 알고 있고 이들이 현재 정부환수재산 처리위원회의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부탁해 좋은값으로 땅을 사게해주겠다고 속였다는 것.
장씨는 지난 10월초 대표 정씨에게 경기도 부천시 삼정동 소재 대지 2천8백평을 싯가는 평당 60만원이나 45만원에 매입토록 해주겠다며 교제비 및 예치금 명목으로 19억3천3백만원을 편취하는 등 9차례에 걸쳐 85억원을 정씨로부터 받아냈다는 것.
▲이경식씨=자기와 이름이 똑같은 예비역중령이 모기관에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가 마치 「이과장」인 것처럼 행세, 벽진건업대표 정씨에게 『나는 환수재산처리위원회의 담당관이다.』라며 서울가락동 대지7천3백49평과 양재동 임야 2만여평을 용도변경하여 파는데 살 의사가 있으면 돈을 가져오라고 꾀어 보증금 및 섭외비 명목으로 모두 71억여원을 받아내 6억원은 장씨에게 사업자금으로 주고 25억원은 자신이 착복한 혐의다. 이씨가 사칭한 「이과장」은 육군중령으로 예편한 뒤 현재 모기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한자이름이 이씨와 똑같다.
벽진건업대표 정씨가 이씨에게 속은 것은 정씨 처남이 모기관 계장으로 있으며 이씨와 계약당시 처남에게 『이과장을 아느냐』고 묻자 처남이 『우리가 모시고 있는 상관이다.』고 대답, 이를 믿고 이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것.

<장정이>서울우이동 선운각마담출신. 남자 비슷한 활달한 성격으로 사교성이 좋고 미모인 편. l7년간의 요정경영경력이 있으며 8·l5직후 황해도에서 단신 월남, 억척스럽게 세파를 헤쳐나간 탓에 「억척이」「몸빼아줌마」란 별명이 붙어있다.
김재규와는 20년전 김이 ○관구사령관 시절에 요정에서 만났다.
김과 만난후 김의 권유로 지난77년봄 K대행정대학원을 수료하기도 했다.
본부인 소생의 자식이 없었던 김과의 사이에서 아들(17) 하나를 낳았다.
그동안 김이 사준 서울옥인동의 싯가 5억여원짜리 3층양옥(대지1백90평·건평97평)에서 살아왔으며 현재 경영중인 다이내스트회사 사무실도 19평(당초 차고) 크기의 이집 지하에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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