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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스노트’로 돌아온 김준수…불황 뚫은 원캐스팅 최고의 무대 보여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메르스 확산 여파로 이번 주 예정된 공연과 행사 일정이 취소 또는 연기되는 등 공연계도 비상이 걸렸다. 이 시국에도 20일 개막하는 뮤지컬 ‘데스노트’(8월 9일까지 성남아트센터)는 지난 4월 29일과 6월 4일 1·2차 티켓팅에서 오픈과 동시에 전회 전석 ‘완판’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공연장이 서울을 벗어난 악조건에도 총 공연의 70%인 6만여 장이 모두 매진된 셈인데, 특정 회차에 대한 편차 없이 전체가 매진된 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 중심에 뮤지컬 배우 김준수(28)가 있다. ‘김준수 원캐스팅’이기 때문이다.

통상 국내 뮤지컬은 여럿이 같은 배역을 맡는 멀티 캐스팅이 기본이다. 실력파 뮤지컬 배우와 영화나 방송에서 인지도 높은 스타, 아이돌 출신을 한 배역에 고루 포진시킨다. 제작사는 스타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배우들은 한 무대에 올인하지 않아도 되는 윈윈전략이다. 애초에 무대를 다양한 개인 활동의 스펙 쌓기용으로 여기는 아이돌 출신들의 고만고만한 실력으론 원캐스팅을 감당할 수 없기도 하다.

김준수는 여기에 과감히 돌직구를 던졌다. 2010년 ‘모짜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래 ‘엘리자벳’ ‘디셈버’ 등 출연작마다 전석 매진 신화를 이어가며 ‘최고의 티켓파워’를 입증한 그다.

하지만 그를 ‘최고의 배우’로 인정하는 뮤지컬팬은 많지 않았다. 뛰어난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갖췄지만 늘 연기력이 물음표였고, ‘김준수 불패신화=JYJ 팬덤’으로 설명되곤 했다.

그런데 지난해 ‘드라큘라’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한 여인을 향한 400년의 사랑을 절절히 연기하는 그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배우’가 보였다. 김준수 본인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든 것일까. 소속사 씨제스컬처가 직접 제작하는 무대에 원캐스트를 자처했다. 홍광호·정선아·강홍석·박혜나 등 다른 네 명의 주조연들도 모두 최고의 실력자들이다.

최근 열린 쇼케이스에서는 이들 5명이 모두 나와 ‘게임의 시작’‘변함없는 진실’ 등 주요 넘버를 공개하고 600여 명의 팬과 소탈한 대화를 나누며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데스노트’는 2003년부터 일본 ‘주간소년점프’에 연재된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는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이 데스노트로 범죄자를 처단하는 천재 라이토(홍광호)와 그를 잡으려는 또 다른 천재 엘(김준수)의 두뇌싸움을 그린다. ‘엘리자벳’의 죽음, ‘드라큘라’의 드라큘라 등 전작에서 주로 초월적인 역할을 맡아왔지만, ‘엘’ 역시 못잖게 범상치 않은 캐릭터다. 그는 “이번엔 인간이지만 전작들에 버금갈 정도로 초월적인 독특한 캐릭터”라며 “또 한 번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김준수 자체가 초월적 이미지가 강하긴 하다. 방송활동이 금지된데다 개별 인터뷰도 일절 사양하는 만큼 노출이 적어 더욱 신비주의로 보인다. 하지만 팬들을 앞에 두고 연습과정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진정성이 엿보였다.

뮤지컬 ‘데스노트’의 완성도는 아직 미지수다. 일본 공연계를 대표하는 쿠리야마 타미야가 연출을 맡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담당했지만, 지난 4월 일본 초연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는 편이다. ‘죽음의 신’을 친구처럼 곁에 두고 범죄자들을 처단해 간다는 지극히 일본적이고 만화적인 설정을 한국 배우들이 어떻게 소화해낼지가 관건이다. 김준수 본인도 “굉장히 새로운 뮤지컬”이라며 “너무 기대하지는 말되 관심은 많이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과연 원캐스팅의 위력은 티켓시장을 떠나 무대 위에서도 발휘될까.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씨제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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