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좋은 점수를…" 절마다 축원법회|이틀앞둔 대입학력고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85학년도 대입학력고사 절전의 날이 앞으로 이틀. 대학의 문이 그 어느해보다 좁아지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자 전국 유명사찰과 암자에는 불력을 빌어 좋은 점수를 따도록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특별법회·기도회가 연일 열리고 학력고사일이 임박하면서부터는 입시생들을 상대한 부적이 고가로 팔리는가하면 행운점이 성업을 이루는 등 입시전장에 이색열풍이 불고있다.

<법회·기도회>
서울 수유동 도선사(주지 박현성스님) 대웅전-. 아직도 사위가 캄캄한 상오 4시, 30여대의자가용·택시가 절문앞에 줄을 지였고 두손을 합장한 대열이 대웅전으로 향한다.
도선사가 「대입특별기도회」를 연 것은 지난 8일. 상오 5시부터 2시간씩 하루 4차례의 이 기도회에는 매번 1백50여명의 학부모들이 대웅전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다.
스님의 독경을 따르는 기원불경 「천수경(천수경)」의 합창속엔 부모 가슴마다의 간절한 기원이 담겨있다.
『「대자대비(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시험당일엔 저의 자식의 총기를 더욱 밝게 해주시옵고 한문제라도 더 풀게해 주소서』
새벽 첫기도회에 참석한 최정행씨(50·여·서울 동선동168)는 『3천번 절을 해야 중생의 기원이 부처에게 전해진다』며 『23일 학력고사를 치르는 딸(성신여고3년)을 위해 하루 l천번씩 3일째 지성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 기도회의 강사 법공스님은 『부처님에 대한 발원과 공덕으로 자녀들의 합격을 비는 학부모들의 정성에서 입시전쟁을 실감한다』며 『입시생의 이름을 새긴 종을 절에 바치고 매일 새벽 종소리처럼 맑은 정기를 입시생 자녀에게 넣어달라고 간구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했다.
서울견지동 조계사는 2∼3개월전부터 2백여명의 입시생부모들이 l백일 기도회를 갖고있다. 절에서는 평소 음력초이튼날 열던 철야기도회를 이달에는 고사전날인 22일로 앞당겼다.
서울수유동의 화계사, 정릉동의 내원사·경국사 등도 11월 들어 입시생을 둔 불자들의 요청으로 「입시특별기도회」를 열고있다.

<기도원·암자>
경기도 파주군 조리면 오산리 순복음중앙교회소속 급식기도원.
학력고사 일주일전부터 5백여명의 학부모들이 찾아와 각자의 소망을 큰소리로 기원하는 통성기도를 올리고 있다.
아침·저녁 하루 두번씩 기도원을 찾는 홍애자씨(40·여·서울상도동1l7의1)는 『초조해하는 아들의 마음에 평정을 되찾아 시험당일 실수없이 실력을 발휘하도록 해달라는게 소망』이라고 했다.
서울 관악산정상의 연주암(주지 배송원스님)은 발빠른 사람도 2시간 등산거리. 그러나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1주간 입시기도회에는 이른새벽 숨을 헉헉거리며 기도회에 참석하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손자의 입시를 기원하러온 손순이씨(63·여·서울봉부동96)는 『관악산 봉우리 모양이 예부터 붓처럼 생겨 「학사봉」이라 불렸기 때문에 다른 암자보다 입시를 앞둔 손자녀석을 위해선 이곳 암자가 적격인 것 같아 매일 찾는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부적·행운점>
시중에 용하다고 소문난 점장이집에는 입시생의 총명과 건강을 비는 부적을 받으려는 학부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신당동 P모 점술가집에 온 유길자씨(46·여·서울장양동 한양아파트)는 『재수없어 시험당일에 병이라도 나면 어떡합니까. 몸 건강하라는 부적을 받았다』며 『이 부적을 아들의 왼쪽 겨드랑이밑에 넣어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부적값은 5천원에서 1만원정도. 미신이라 하더라도 입시를 앞둔 학부모들 심정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라고 점술가집을 찾은 학부모들은 입을 모았다.
▲이시형박사(고려병원 정신과장)=초조하고 답답한 부모들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이러한 처신은 오히려 입시생들에게 정신적 부담감을 줄수 있다.
과학시대에 미신을 의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입시가 임박할수록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입시생들의 건강과 정신적 안정감을 유지할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이 옳은 자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