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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양성반응' 강수일 "스스로에 실망…팬들께 죄송하다"

중앙일보

입력

프로축구 도핑테스트에서 금지 약물(메틸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이 나와 물의를 빚은 축구대표팀 공격수 강수일(28·제주)이 고개를 숙였다.
강수일은 12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어렵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러 너무 슬프다"면서 "많은 기대를 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응원해 주신 팬들께 죄송스럽고, 프로선수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부분을 인지하지 못한데 대해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인 아버지를 둔 다문화 가정 출신인 강수일은 그간 '다문화 가정의 희망'으로 주목받아왔다. 불우한 성장기를 딛고 프로축구 선수로 성공한 스토리가 관심을 모았고, 다양한 자선행사에 빠짐 없이 참가하는 등 선행도 꾸준히 이어왔다. 올 시즌 K리그에서 14경기 5골 2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고 국가대표팀 선발의 영예도 안았다.

하지만 '금지약물'이라는 덫에 발목이 잡혔다. 강수일은 지난달 K리그 경기 직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실시한 도핑테스트 A샘플 분석 결과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물의를 일으켰다. 11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와의 A매치 평가전(3-0승)을 앞두고 도핑 결과를 통보받았고, 즉시 대표팀에서 자진 하차해 귀국길에 올랐다.

도핑테스트 당시 강수일은 복용하거나 바르는 약을 묻는 문진표에 '콧수염이 나는 발모제를 선물 받아 얼굴에 바르고 있음'이라고 적었다. 해당 발모연고는 KADA가 금지 약물로 지정해 공시해놓은 제품이다. 강수일이 도핑 당시에 이를 숨기지 않고 공개한 건 금지약물임을 몰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출전 정지 등 금지약물 사용에 따른 처벌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수일은 도핑 양성반응이 나온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 고개를 돌리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잠깐 프로연맹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그는 구체적인 경과를 밝히지 않은 채 "앞으로의 주치는 구단과 상의하겠다. 여기서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인터뷰를 마쳤다.

향후 강수일이 원할 경우 도핑테스트 당시 함께 채취한 B샘플의 추가 분석을 의뢰할 수 있다. 여기서도 양성 반응이 나오면 징계가 확정된다. 프로축구연맹 상벌 규정에 따르면 도핑 적발 선수의 경우 1차 위반시 15경기 출장정지, 2차는 1년간 출장 정지, 3차는 영구 제명된다. 통상적으로 도핑 선수의 경우 KADA가 1년 이상의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는 게 일반적이라 강수일이 올 시즌에 K리그 무대를 밟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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