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씨개명 강연 서울大서도 해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난 주말 도쿄대 강연에서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 이뤄진 것"이란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자민당 아소 다로(麻生太郞.사진)정조회장에게 일본의 권위지 아사히신문이 "서울대에서 꼭 강연해보라"며 쓴소리를 했다.

아사히는 3일자 사설에서 "창씨개명은 '조선인 황민(皇民)화'에 나선 일본이 마음 속까지 통제하려고 만든 정책이다. 조선인 중에 일본식 이름을 원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왜 그랬을까. 식민 지배가 만들어낸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런 차별을 만든 게 바로 일본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아소의 상상력 빈곤을 애처롭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아소가 지적한 사실이 있었겠지만, 그건 자신에게 편한 사실만 거론하면서 그게 역사의 전체 상(像)인 양 얘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조선에 도로.학교를 만든 것을 들어 '좋은 일도 했다'고 주장하는 정치가들은 과거에도 있었다"며 "그러한 그 누구도 일본이 군사력을 배경으로 조선을 식민지 삼아 강권적으로 지배한 사실을 덮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아소는 강연에서 '저쪽(한국)에게는 그냥 말하게 놔두면 된다. 이쪽(일본)은 당당하게 자신의 말을 하면 된다'라고도 했는데, 이래서는 외교 같은 것은 애초에 필요없다는 얘기"라며 "게다가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으니 외교감각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아소는 차기 총리후보의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대로는 국정을 맡게 놔둘 수 없다"면서 "먼저 (창씨개명 문제를 놓고)서울대에서 학생들과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끝을 맺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