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억 들였는데 감정가는 66억 … 해남땅끝호텔, 헐값 매각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매년 10억여원의 적자 끝에 팔리게 된 해남땅끝호텔. [사진 전남개발공사]

세금낭비 논란을 빚은 전남 해남땅끝호텔이 결국 2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고 팔릴 것으로 보인다. 전남개발공사는 11일 “해남땅끝호텔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를 의뢰한 결과 건물과 비품을 합친 가치가 약 66억원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감정평가서가 나오면 내부 재산심의위원회를 열어 호텔 매각 여부를 다시 한 번 검토한 뒤 이르면 다음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실제 매각 공고는 다음달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2009년 3월 경매로 나온 땅끝호텔을 35억원에 사들인 뒤 53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는 등 총 88억원을 투입했다. 감정평가대로 매각이 되더라도 최소 22억원의 손해를 보고 되팔게 되는 셈이다.

 호텔이 66억원대에라도 팔릴지에 대해서도 공사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호텔 주변이 활성화되지 않아 관광객이 많지 않은 데다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어서다. 당초 공사 측은 리모델링 비용이 25억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배 이상이 들어갔다. 매입 전까지 호텔 내부 곳곳에서 비가 새고 곰팡이가 핀 사실을 발견하지 못해서다.

호텔 영업을 시작한 뒤에는 투숙객이 적어 매년 1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등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은 “수익성이 있다”는 주변 콘도 경영자 등의 말만 믿고 성급하게 사들인 게 문제였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남개발공사 관계자는 “우선 감정평가액인 66억원대에 매각을 시도할 방침”이라며 “이 금액에 호텔이 매각될 경우 감가상각 등을 감안한 실제 손해액은 8억~9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