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盧 환경철학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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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환경문제에 대해 이렇게 무관심할 줄은 몰랐어요."

환경의 날(5일)을 앞두고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정부가 환경문제를 너무 소홀히 다룬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환경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 '환경'이란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자 아쉬움을 나타냈다.

새 정부 출범 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환경단체의 요구가 잇따라 무시되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에선 "환경 철학이 없는 정부"라고 지적한다.

특히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릴 예정인 환경의 날 기념식에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물론 고건(高建)국무총리마저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경단체들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대통령과 총리가 번갈아 참석했다. 이에 따라 최근 끝난 65일간의 새만금 반대 삼보일배(三步一拜)에 대해 정부가 기념식에서 '선물 보따리'를 풀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4월'노무현 정부의 환경분야 개혁 상실을 규탄하는 1천인 선언'을 통해 환경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환경의 날까지 제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간척사업.경인운하.한탄강댐 등 몇년째 논란을 거듭해온 개발사업 가운데 일부는 정부가 백지화를 선언할 것으로 기대했다. 2000년 환경의 날에 당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강원도 영월댐 건설을 백지화한 전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새만금 방조제 건설은 계속되는 가운데 盧대통령이 지시한 신구상기획단은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를 기획단에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경인운하와 관련해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하자는 환경단체의 요구도 거부됐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과연 이것이 참여정부이냐"며 비난하고 있다. 정부를 상대로 강경 투쟁에 나서자는 전문가도 아직은 정부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최열(崔冽)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대통령이 일본에서 돌아오면 새만금사업 등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현안에 대해 결단을 촉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사진 설명 전문>
그동안 새만금사업에 대한 환경.시민단체의 반발이 확산되자 이번엔 사업을 지지하는 쪽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새만금사업의 강행을 요구하며 강현욱 전북지사(右)와 유철갑 전북도의회 의장이 삭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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