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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섬 쇼핑 나선 중국 부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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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4월 뉴질랜드의 한 화교가 딸에게 선물한 길이 2.7㎞의 뉴질랜드 섬. [사진 소더비부동산]

최근 2년 사이 중국 수퍼리치 사이에 개인용 섬의 구매 붐이 일고 있다고 중국 광주일보(廣州日報)가 지난 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섬을 소유한 중국인 70여 명으로 구성된 중국 도주연맹(島主聯盟)을 만든 광둥(廣東)성 기업가 린둥(林東·42)은 이달 중순 섬 공동 구매단을 이끌고 남태평양으로 떠날 계획이다. 피지·투발루·타히티 등 남태평양에는 상대적으로 싼 섬 매물이 많기 때문이다. 린은 300만 위안(5억4000만원)대 가격의 섬을 3명이 100만 위안씩 나눠 구매한 뒤 설비 투자비로 각각 100만 위안씩 추가 부담할 예정이다. “섬은 함께 즐겨야 재미있다”는 것이 공동 구매단을 꾸린 이유다. 피지는 풍광이 수려하고 중국과의 직항 노선이 곧 취항할 예정이라 중국에서 최상의 섬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도주연맹은 일종의 수퍼리치 동호회다. 광저우는 물론 캐나다·아르헨티나의 섬을 소유한 회원도 있다. 중국인이 3분의 2, 나머지는 해외 화교다. 회원의 3분의 1은 투자 목적이고 나머지는 개인 휴양을 위해 섬을 구매했다.

 중국 수퍼리치들은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전용기·요트 구매에 이어 섬을 사들이고 있다. 섬 투자는 재산 증식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미개발 섬을 구매해 모래사장과 순환도로를 조성한 뒤 전매하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린은 1999년 고향인 광둥성 남부 가오저우(高州) 한 저수지의 작은 섬을 구입해 상업 작물을 재배하면서 섬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 3학년 때 주식투자를 시작한 린 씨는 97년 상하이에서 의료제품 중간상으로 큰 돈을 모았다. 2006년 광둥성 북부 허위안(河源)시 완뤼후(萬綠湖)의 자란다오(迦蘭島)를 사들인 뒤 부두와 별장을 만들어 개인 휴양지로 꾸민 뒤부터 본격적인 섬 투자에 나섰다. 이후 9년 동안 3000만 위안(약 54억원)을 들여 30여 개의 섬을 사들였다.

 지난 4월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화교 웬디 웨이메이우가 길이 2.7㎞, 너비 1.8㎞의 섬을 530만 달러(약 60억원)에 구입해 딸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중국 국가측량지리정보국에 따르면 중국은 500㎡ 이상의 섬을 65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50년 사용권이 민간에 팔리고 있지만 모두 국가 소유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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