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기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와 민간업계의 경기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9월의 주요경기지표들이 계속 떨어졌다.
이같은 경기지표의 하락은 지금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경기논쟁을 더욱 가열시킬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에 대한 판단은 보는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를수 있고 더욱이 그 전망에 관해서는 더욱 큰 견해차들이 있을수 있다.
그것은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진전될수록 더해질 성질의 것이다. 최근의 경기관련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시피 개별지표들의 움직임은 한 방향이 아니라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로인해 여러 각도의 평가가 가능한 싯점으로 볼수 있다.
우선 총괄지표로 간주되어온 경기선행지수가 전달에 이어 1.5%라는 큰폭으로 하락이 계속되었고 미세하나마 현상을 유지해온 동항지수도 9월들어 처음으로 소폭 하락한 점이 눈에 띄는 변화다. 이같은 종합지수의 하락은 무엇보다도 경기에 민감한 건축허가면적과 수출·민간소비의 둔화를 반영하고 있다.
건축경기는 정부의 부동산투기억제정책이 주효하고 있다는 반증일수 있으며, 민간소비의 둔화도 상반기의 과열 소비를 진정시킨 정책노력의 결과로 풀이할수 있다. 또 정부의 주장대로 수해와 추석을 전후한 계절적 특수요인도 경기영향을 미쳤을 것은 짐작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생산·출하·공장가동률등 주요지표들이 여전히 전년 동기의 수준에 비해 높은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여러 요인들을 종합하면 정부의 전망대로 4·4분기 이후에는 안정적 호황이 회복될것이라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을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논쟁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바는 이같은 개별지표의 상반된 움직임과 그에따른 판단의 혼돈이 아니라 경기논쟁 과정에서보다 중요한 두가지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점이다.
그 하나는 경기에 관한 논의의 착종겁 자칫하면 안정적인 실질성장의 기초를 제공하는 민간설비 투자에 차질을 빚을수 있다는 사실이다.
년초 이래의 경기논쟁 과정을 겪으면서 민간의 설비투자는 당초 계획에 비해 크게 부진했고 내년이후의 투자전망에서도 비관적인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설비개체는 경기의 호·불황이나 내외수, 또는 규모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국내산업의 한계에 이른 국제경쟁력을 되살리고 미래의 시장에 대비하기 의한 불가결의 과정이다. 경기가 저조할수록 산업구조의 개선을 위한 설비의 개체와 기술개발 투자의 필요성은 증대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연관된 또 하나의 측면은 현재의 금융운영이 너무 경기요인만 고려하는 경직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지금의 정부판단대로 계속 긴축이 필요한 싯점이라해도 지속성장을 뒷받침할 설비개체는 계속 제도금융에서 지원해야한다.
금융의 긴축은 그 효율적 배분과 성장통화의 공급이 전제되지 않는한 무의미할 뿐이므로 현재의 통화공급 경로에 허점이 없는지 재점검해 볼때가 되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