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명인위 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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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동경=신성순특파원】조치훈 기성·명인(29)은 15일 제9기 명인전 7번기 마지막대국에서 도전자인 「오오따께」(대죽영웅) 9단에게 집백으로 승리, 4승3패로 역전승을 거둠으로써 명인위 5연패를 기록했다. <해설·기보12면>
14, 15일 이틀간 일본의 가나가와(신나천) 현 유가와라(탕하원)에서 열린 명인전 최종국에서 조 명인은 첫 3국을 연패한 뒤 3연승을 거두어 3승3패의 마지막 상황에서 최종 3연승의 기세를 몰아 「오오따께」를 밀어붙여 1백72수만에 불계로 승리했다.
이날 하오8시가 지나 조명인의 남은 시간은 1분이었다. 백과 흑의 싸움은 상변에서 좌변으로, 그리고 우변으로 일시에 확대됐다. 초읽기에 몰린 조명인의 몸이 좌우,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오따께」9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것이 종국 1시간쯤 전부터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하오9시쯤 침묵이 3분이상 계속되더니 갑자기 「오오따께」 9단의 입에서 『졌습니다』하는 소리가 뚜렷이 튀어나왔다. 이 소리에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앉아있던 조치훈 명인이 눈을 뜨면서 자세를 고쳐 앉고는 정중히 묵례했다.
도전자 「오오따께」가 돌을 던졌을 때 남은 시간은 조명인 1분, 「오오따께」50분이었다.
3연패 후 4연승을 거둔 기록은 일본바둑사상 네 번째다.
명인전은 일본 7대기전 가운데 기성전(상금 2천3백만엔, 대국료 7백만엔) 다음으로 상금이 많은 바둑 타이틀전으로 조 명인은 상금 1천8백만 엔과 대국료 6백만 엔을 받게 된다.
대국 후 조 명인은 『이번 명인 전에서는 타이틀을 방어하긴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연패 한 뒤 흐트러졌던 마음을 가다듬고 본래의 바둑 하는 자세로 되돌아 왔다』고 말하고 최종 국에 대해서는 『정말로 힘든 한판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간신히 이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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