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응급실 전파 막아야 메르스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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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증가세가 일단 주춤해졌다. 이제 남은 일은 감염자 확산을 차단해 사태를 진정 국면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병원 내 감염을 잡는 일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메르스 환자의 상당수는 병원 내 감염이 원인이었다. 그중에서도 응급실 전파가 주류를 이뤘다. 특히 30명이 넘는 확진 환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이 14번 환자에게 사흘간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사태를 키웠다. 감염병 환자를 막는 최전선인 응급실에 일반 환자와 가족이 메르스 환자와 한데 섞이는 바람에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되는 일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

 재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자분류체계(트리아지·triage, 환자 우선 진료를 위한 분류)에 따라 메르스 환자를 예진할 선별진료실(임시격리실) 설치를 확산하는 일이다. 고열·기침·오한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를 예진을 통해 파악한 뒤 신속히 격리해 일반 환자와 접촉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이다. 본지가 전국 43개 대학병원을 조사한 결과 이제는 대부분 메르스 의심 환자를 분류할 별도의 선별진료실 설치를 마쳤다. 이제 선별진료실 설치를 대학병원 이하의 병원 응급실로 확산해야 한다. 선별진료실이 제대로 설치돼야 일반인들이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기존 응급실을 고열을 동반한 메르스 의심 환자용과 일반 환자용의 2개로 나누고 출입문까지 별도 설치해 이중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권할 수 있다. 메르스 의심 환자용 응급실에는 허가된 의사와 간호사 외에는 가족까지도 출입을 전면 통제해 일반 환자에게 메르스가 전파되는 일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관련 의학단체가 병원 내 감염을 막을 구체적인 시설·행동 규정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이를 전국 각급 병원에 일괄적으로 내려주는 일이다. 문제는 국내 의료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당장 규정이 없다면 질병관리본부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와 2010년에 마련한 ‘응급실에서의 감염관리 표준지침’을 당장에라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정부가 적절한 방법으로 지시를 내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호흡기를 통한 감염으로부터 직원·환자·보호자를 보호하도록 응급실에 분류 구역을 만들고 적절히 환기해야 한다’는 캐나다의 규정이나 ‘격리가 필요한 환자를 진료하는 별도 치료실과 대기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미국의 규정도 적극 참조해야 한다. 병원 내 감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제2의 삼성서울병원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