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구난방 메르스, 아직도 컨트롤타워가 없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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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발병한 지 20일이 지났다. 강력한 컨트롤타워 아래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민간, 정치권이 협력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하지만 아직도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몰라 혼선을 빚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9일 “만시지탄이 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일을 하는 추진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컨트롤타워 부재(不在)를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메르스 발병 후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알맹이’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원론적인 당부가 아니라 컨트롤타워의 리더를 정하고, 각료들에게 책임을 나눠 일을 시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전문가를 중심으로 즉각대응팀을 만들어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뜻은 좋으나 현 상황에선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왜냐하면 메르스 발병 후 이미 여러 본부·팀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초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엔 질병관리본부에 중앙메르스대책본부가, 지난 2일엔 청와대 내에 메르스긴급대책반이, 3일엔 국민안전처 산하에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와 민관 합동 종합대응 TF가 설치됐다. 즉각대응팀까지 합치면 비슷한 대응 조직이 5개나 된다. 이런 중구난방식의 조직은 현장 공무원이 어디에 보고해야 하는지 헷갈리게 만들 뿐이다. 이미 격리 대상자를 놓고 지자체는 ‘능동감시’, 보건소는 ‘자가격리’ 판정을 내리는 등 현장 방역 관리는 뒤죽박죽이다. 메르스 휴교령을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컨트롤타워 구축을 지시해야 한다. 그 책임은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에게 맡기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적절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이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보고받고 지시하지 않는 한 별로 효율적인 방안이 아니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도 고건 당시 총리가 컨트롤타워를 지휘했었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 중심으로 보고·지시를 일원화해야 각 부처, 지자체가 방역에 행정력을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