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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여 대학생 민정당사 점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4일 하오4시30분쯤 연대·고대·성균관대등 서울시내 「민주화투쟁연합」소속을 주장하는 대학생 2백64명(여학생57명)이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5의2소재 민정당 중앙당사에 밀고 들어가 9층 회의실을 점거하고 12시간30분동안 농성을 벌이다 경찰들이 벽을 깨고 들어가 모두 강제연행했다.
이날 대학생들은 9층회의실을 점거하고 「우리는 왜 민정당을 찾아왔는가」라는 유인물을 통해▲노조탄압중지하고 노동악법 개정하라▲전면해금 실시하라▲학원탄압 중지하고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9층밖으로 이 유인물을 낭독하고 ▲대우노조탄압중지▲청계노조인정과 노동장관 사퇴▲국회의원선거법개정▲권이혁문교장관 사퇴및▲학도호국단 설치령 폐지및 총학생회 인정등 14개항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점거>
하오4시20분 학생들은 서울 낙원동 허리우드극장옆 이종찬 민정당원내총무사무실 부근에 집결, 3∼4명씩 짝을 지어 민정당사로 걸어가다 1백m지점에 이르러 『와!』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어갔다.
당사정문주변에는 경찰관 10여명이 지키고있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한 경비경찰은 사과탄을 터뜨렸고 학생들은 호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던지며 힘으로 밀어붙였다.
곧이어 뒤쫓아온 경찰은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고 최루가스가 안개처럼 자욱한 본관안으로 쫓기듯 들어간 학생들은 순서간에 5층 비서실로 올라갔다.
당시 비서실장부속실에는 직원 서모양(22)이 혼자 방을 지키고 있었다. 학생들은 서양에게 『나가달라』고 한뒤 경찰의 접근을 막기위해 방안에 있던 의자3개, 책상 1개, 탁자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잠시후 경찰이 들이 닥쳐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벌어졌으며 이 통에 합판으로된 출입문 아랫부분이 가로1m, 세로1m 크기로 구멍이 뚫렸다.
경찰은 이 구멍으로 최루탄 4발을 발사, 비서실에 남아있던 고려대 신정훈군(20·신방과 3년)등 11명을 연행했다.

<경찰투입>
학생들의 농성이 시작되는 동안 경찰은 6개 중대 9백여 명의 병력을 민정당사안팎에 배치했다.
그러나 『경찰을 철수시켜야 대화에 응하겠다』는 학생들 주장에 따라 하오6시20분쯤 건물주변을 에워쌌던 2개 중대병력을 철수시켰다가 대화에 진전이 없자 하오7시30분쯤 재투입했다.

<민정당 대책>
당사난입때 민정당사본관에는 이한동사무총장만 있었는데 이총장은 창문으로 학생들의 진입광경을 보고 즉각 모든방의 문을 걸어 잠그도록 지시했다.
연락을 받은 권익현대표위원이 하오5시쯤 당사에 나와 별관인 통일관 3층 소회의실로 모든 당직자들을 집합시켰으며 소속의원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오 6시20분쯤 당사를 나간 권대표는 8시15분쯤 파카차림으로 당사에 되돌아왔으며 이종찬원내총무등 당직자들도 국회에서 부랴부랴 달려왔다.
권대표는 강민창시경국장등 경찰간부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경찰이 그렇게 약하게 놀지 말라』고 문밖에까지 들릴 정도로 고함.
권대표는 『폭도들과 타협이 어디 있느냐. 우리는 민한당이 아니라 집권당이다. 이것은 학생운동이 아니다. 자유화는 교내에서나 보장되는 것이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항복하고 자수하는 것뿐이다』고 흥분했다.
별관 소회의실에는 의원들이 50여명 몰렸는데 권대표의 흥분으로 강경방향으로 흐르던 분위기는 권대표가 의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라』고 말해 10여명의 의원이 일단 설득해 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원면담>
하오5시50분쯤 별관에 있던 남재희·이상희·정창화·박원탁·장경우의원등이 학생들이 농성하고있는 9층회의실에 들어가려 했으나 학생들이 만나주지 않자 8층으로 내려가 전화로 접촉하려했다.
학생대표 이재권군(22·고대신방과 4년)은 하오6시20분쯤 장경우민정당부대변인과 전화로 『대표위원과 면담케 해달라』고 했으나 장부대변인이 『대표위원이 서울에 없다』고 하자 『경찰이 철수한뒤 책임있는 고위당직자와 대화를 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군은 그뒤 하오7시8분에서 20분까지 장부대변인과 두차례 통화에서 경찰의 철수를 요구했으나 장부대변인이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배치되었기 때문에 우리와 대화하는데는 차질이 없다. 경찰병력을 1층까지 후퇴시킬 테니 의원대표와 면담하겠느냐』고 하자 학생들은 『자체회의를 연뒤 30분후에 다시 통화하자』고 했다.

<면담내용>
학생들은 의원대표들이 농성장에 들어서자 박수로 환영했다.
학생들과 만난 의원들은 『14개 요구사항이 너무 방대하고 성급하니 천천히 해결방안을 강구하자』며 학생들을 설득했다. 의원들은 학원밖에서는 불법행동을 인정할수없는 것이므로 대표학생은 나머지 학생들을 위해 농성을 풀고 법의 처리를 받는게 떳떳한 일이라며 경찰의 실력행사는 없을것이라고 학생들을 달랬다.
남재희의원은 『학생회부활은 이미 민정당의 당론으로 결정된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학생들은 보다 구체적인 답변과 매스컴을 통한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강제해산>
경찰은 학생농성이 시작되자 당사2층 난간에 투신등 추락에 대비해 구조망을 설치하고 건물뒤편 요정 「가배」 뒷마당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경찰은 하오8시쯤 절단기·쇠줄등 특수장비를 갖춘 23명을 옥상에 투입, 강제해산에 대비했다.
자정을 넘기고 학생과 의원대표들의 대화가 깨지자 경찰은 상오3시20분부터 강제해산작전에 들어갔다.
당사건물 서쪽과 건물뒤쪽등 4곳의 창문을 가로3m, 세로3m의 구조망과 로프를 이용해 봉쇄했다.
경찰은 상오3시30분부터 가스분사기로 농성장 출입문에 최루가스를 쏘면서 해머와 도끼를 이용, 앞뒷문과 문옆의 벽 2곳을 부수기 시작했다.
경찰은 학생들의 완강한 저항으로 1시간20분뒤인 상오4시50분에야 앞문을 부수고 방독면을 쓴 진압경찰관을 농성장안으로 투입시켰다.
여학생들의 비명속에서 경찰은 연행을 시작했다.
30여명이 연행된뒤 나머지 학생들은 손을 뒷머리에 얹고 걸어나와 호송버스에 실렸다.

<연행학생>
연행된 학생은 모두 2백64명으로 이중 여학생 57명이 포함되어있다.
대학별로는 ▲고려대 81(여24)▲연세대 88(여17)▲성균관대 95(여16)명이다.
연행된 학생들은 서울종로경찰서에 65명을 비롯, 남대문·서대문·동대문·마포·용산서 등 6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돼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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