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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 하나 훔쳤다고 3년형 살게 하더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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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7분의 1 가까이를 감옥에서 보냈다. 그것도 억울하게. 감옥을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그 시절의 고통은 삶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22살 청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칼리프 브라우더의 이야기다. 그는 16살이던 2010년 백팩 한 개를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재판에 선 적도, 다른 유죄 판결도 받은 적 없는 초범이었지만 가혹하기로 소문난 뉴욕시 라이커스섬의 교도소로 보내졌다. 다른 재소자들과 간수들에게 구타당하는 날이 이어졌다. 3년 복역 기간 중 2년 가까이 독방에 감금됐다. 몇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다.

브라우도에게도 풀려날 기회는 있었다. 검찰은 그에게 자백하면 집행유예로 석방시켜 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는 그러나 결백을 주장했다. 3년 복역 뒤 유일한 목격자가 사라지면서 브라우더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2013년 석방된 이후에도 그는 공포에 시달렸다. 밀폐된 지하철에서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까 항상 두려움에 떨었다. 모든 창문이 잘 잠겼는지 몇 번은 확인해야 잠들 수 있었다.

2014년 10월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주간지 ‘뉴요커’에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익명의 독지가가 학비를 지원, 그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었다. 흑인 랩 가수 제이지나 유명 코미디언 로지 오도넬 등 유명인들이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표했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그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에서 사법 시스템의 오작동을 상징한다”며 “라이커스 교도소와 뉴욕시의 사법 및 교도행정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정신적 훼손을 우려해서 16~17세 재소자에 대해서는 독방 감금을 금지하도록 했다.

삶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브라우더는 3년 수감생활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정신 병원에 수감돼 심리 치료를 받았다. 자살하기 며칠 전에는 TV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TV를 부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마침내 뉴욕 브롱스의 부모 집에서 목을 메 생을 마감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그의 죽음에 애도와 유감의 뜻을 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 청년이 그처럼 심한 고통을 겪을 이유가 없었는데도 결국 비극적 죽음을 맞은 것은 우리가 수많은 뉴욕 시민을 위해서 정신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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