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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대북정책 위해 여·야·정 고위급 협의체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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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 남북특위와 한반도포럼이 주최한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 학술회의 참석자들이 개회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대철 새정치연합 고문, 홍용표 통일부 장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 원혜영 국회 남북특위 위원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한반도포럼 고문), 박병석 새정치연합 의원,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노웅래 새정치연합 의원. [김성룡 기자]

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특위와 한반도포럼은 “초당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 추진을 위한 고위급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동발표문을 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남남갈등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향해-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이란 학술회의를 통해서다. 10개 항으로 된 발표문엔 ▶남북 상호 신뢰 형성 ▶남남갈등 해소로 증진하는 남북관계 개선 ▶정권교체를 넘는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답보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남북특위와 한반도포럼 측이 몇 차례에 걸친 사전 토론과 문안 조율을 거쳐 완성됐다.

 공동 발표문에서 양측은 “광복 70주년과 분단 70주년을 감동 어린 축하와 무거운 자성의 두 마음으로 맞는다”며 “평화와 통일의 전망은 아직도 멀리 있고 우린 내부적으로 남남갈등에 봉착해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치열한 토론 끝에 “국회와 주요 정당들은 남남갈등을 넘어 국민통합이 가능하게 하고 정권교체를 넘는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을 합의 수립하고 국민 앞에 천명한다”는 것을 제1항에 넣었다. 또 “평화 없는 통일은 전쟁과 재앙을 초래하고 통일 없는 평화는 분단을 고착시킨다”며 평화와 통일, 양쪽 모두에 무게를 실었다.

 또 독일 통일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야가 합심한 지속 가능한 정책을 수립하자고 했다. 그 기본으로 7·4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들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남남갈등을 넘어 남북 합의에 의한 통일정책을 만들면 국가의 역량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와 교류를 계속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발표문에는 “조건 없는 당국 간 대화 재개와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상호 비방과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당국 간 회담 개최’도 강조했다.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은 “강온이 조화를 이루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며 “상대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주선 의원은 “독사에 물려 온몸에 독이 퍼져가는 상황에서 독사를 잡으려 해봐야 소용이 없다. 사전에 독사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비유했다.

 공동발표문은 북한의 영·유아 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함과 동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할 것을 제안하며 “민족적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대화·협력과 함께 튼튼한 안보태세에도 방점을 찍었다.

 남북관계의 ‘뜨거운 감자’인 5·24 조치와 관련한 입장도 나왔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측의 책임을 물어 2010년부터 시행해온 5·24 대북 제재를 놓고 북한은 조건 없는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책임 있는 북측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동발표문은 “남북대화를 통해 5·24조치 해법을 마련하고 각종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정상적으로 편입되고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이날 학술회의엔 정부 측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어느 하나의 정권의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정책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도 변화해야 하고 우리 대북정책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통일 논의를 활발히 해가는 과정에서 통일을 위한 준비가 우리 사회를 하나로 만드는 의미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된다면 북한도 대화·협력의 장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마련한 원혜영 특위 위원장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나부터 변해야 한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라며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일화를 소개했다. 무함마드가 포교 과정에서 “우리에게 기적을 보이면 믿겠다”는 이들이 나타나자 산을 보며 “산아, 내게로 오라”고 세 번 외친 뒤 “산이 아무런 답이 없으니 내가 가도록 하겠다”며 기지를 발휘했다고 전했다.

 권만학 한반도포럼 회장은 “(한·미를 지칭하는 영어 약자인) ‘KORUS’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은 ‘한반도 통일 성공’을 의미하는 ‘KORea Unification Success’라고 읽고 싶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특별취재팀=팀장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통일문화연구소 고수석 연구위원·정영교 연구원, 정치국제부문 전수진·위문희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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