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탈영병 2명 총기 난사 셋 숨져|이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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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리·군산=모포일·최천식기자】모 부대소속 사병 2명이 변심한 애인을 만나러 간다며 자동소총 1정과 실탄 3백40발을 갖고 부대를 탈영한 뒤 군산시내로 잠입하면서 민간인 3명이 탄 오토바이를 빼앗으려다 반항하자 이들을 모두 사살하고 달아났다.
11일 하오5시20분쯤 모 부대소속 김선종(20), 박영규(20) 두 하사가 자동소총1정과 실탄 3백40발을 갖고 부대를 나와 이날 하오6시30분 이리시 계문동 다가부락 앞길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최용운씨(25·전북 익산군 오산면 영만리 24의4)와 뒤에 탄 김부규씨(51·전북 익산군 오산면 영만리446), 그리고 부인 소진례씨(46) 등 3명에게 자동소총을 난사, 이들을 모두 쏴 죽인 뒤 군산시내로 달아났다.
군경수색대는 11일 하오10시40분부터 6백여 명의 병력을 동원, 군산일원에 31개 검문소를 설치하고 철야수색을 했으나 12일 상오 현재 탈영병들을 검거하지 못하고있다.
이 사건 수색에 나선 군 수색대는 12일 상오3시쯤 용달차를 타고 가던 군산대무역학과3년 이금실씨(28)를 검문 중 이씨가 불응하자 총을 쏴 숨지게 했다.
탈영병 중 l명은 12일 상오6시쯤 군경 포위망을 뚫고 군산시 금동 군산여상 배구팀 합숙소에 나타나 『밥을 달라』고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그대로 달아났다.
◇부대탈영=김·박 두 하사는 11일 하오5시20분쯤 『변심한 애인을 만나야겠다』며 자동소총과 실탄을 갖고 부대를 이탈, 부대 앞을 지나가던 전북1바2353호 택시(운전사 소병훈·26)를 세웠다.
금마택시소속운전사 소씨에 따르면 마침 승객 양현구씨(45·전북 익산군 금마면 동고도리 금산찻집 주인)를 태우고 가던 길이라 합승을 거절했으나 탈영병들은 차에 올라타고 금마시외버스정류장 앞까지가 양씨를 내리게 한 다음 갖고있던 대검과 총으로 소씨를 위협, 『우리는 탈영병이다. 핸들만 똑바로 잡고 가라』며 이리 쪽으로 차를 몰게 했다.
소씨는 이들을 태우고 이리수출공단 앞 외환은행 네거리를 거쳐 배산로터리∼원광여상 앞을 거쳐 이리시 현영동과 만석동 중간 제방길에 이르러 『길이 험해 더 이상 못 간다』고 버티자 탈영병들을 소씨의 손목은 군용밧줄로, 발은 택시안전벨트로 묶고 자동차 시트커버를 찢어 입에 자갈을 물린 다음 운전사 소씨의 몸을 뒤져 수입금 5만여 원과 팔목시계를 뺏은 뒤 택시를 몰고 달아나려 했으나 소씨가 택시의 사이드브레이크를 걸어놓아 차가 움직이지 않자 차를 버리고 전북 익산군 오산면 쪽으로 걸어갔다.
◇사건현장=최씨 등 3명이 숨진 다가부락 앞 농수로 주변은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시체 옆에는 갈치토막 등 저녁찬거리가 흩어져 있어 피해자들은 장을 보고 귀가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숨진 최씨는 머리에 2발, 복부에 3발을 맞았으며 김씨는 좌측 옆구리에 1발, 부인 소씨는 오른쪽 머리에 1발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도주=민간인 3명을 사살한 탈영병들은 군산으로 탈출하면서 검문을 피하기 위해 군산∼이리간 국도를 피해 이리시 신용동 원광대쪽으로 되돌아 나와 하오7시50분쯤 전북 익산군 황등면 삼양라면공장 앞에서 전북1바7149호 개인택시 (운전사 김중환·31)를 세워 공포2발을 쏘고 『군산 월명공원으로 가자』며 위협, 황등면∼옥구군 서수면∼성산면을 거쳐 하오 8시30분쯤 군산시내 월명공원 정상에 있는 수시탑 앞에서 내리고 운전사 김씨는 돌아가게 했다.
◇수색=택시운전사 김씨의 신고를 받은 이리경찰서는 경찰관 3백10명과 군부대병력을 지원 받아 군산시내 월명공원 일대를 철야 수색했다.
범인 중 김하사는 11일 하오10시쯤 애인 이모양(19)이 자취하고 있는 월명동 120에 전화를 걸어 집주인 신호운씨(57)에게 『이양이 있느냐』고 물었으며 신씨가 『이양이 없다』고 대답하자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는 것.
◇탈영병주변=김·박 하사는 83년 7월 27일 입대한 동기생.
김 하사는 김기용씨(45)의 4남매 중 장남으로 포철공고를 졸업했으며 평소 성격이 난폭한 편이었다.
애인 이모양(19·군산 모 여고3년)과 3년 전부터 사귀어오면서 한 때 동거까지 했으나 최근 이양이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해 왔다는 것.
박 하사는 어머니 신옥순씨(52)가 남매를 둔 아버지 김모씨와 결혼, 이복 형제와 같이 성장, 세상을 비관해 왔는데 H중학동창생 정모양(21·회사원)을 짝사랑, 그 동안 여러 차례 정양에게 결혼할 것을 간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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