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가 된 배경에는 14번(35) 환자가 놓여 있다.
그는 최초 환자(68)와 같은 병동(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감염된 2차 감염자다.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면서 7일까지 의료진·환자·보호자 등 17명을 감염시켰다. 8일 보건당국은 이 환자로부터 3차 감염된 환자가 17명 더 늘었다고 밝혔다. 14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환자 수가 총 34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퍼뜨린 규모 면에서 최초 환자(38명, 2·3차 감염 포함) 다음으로 많다.
14번 환자는 지난달 30일의 메르스 확진 판정 전까지 평택성모병원→평택굿모닝병원→평택 버스터미널→서울 남부터미널→삼성서울병원 순으로 이동했다. 이 환자는 지난달 10일 고열 증세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15~17일 최초 환자(68)와 같은 병동을 쓰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그는 25일 평택성모병원을 나와 평택굿모닝병원에 입원했다. 증세가 악화되자 굿모닝병원의 담당 의사는 “큰 병원으로 가보라”며 소견서를 써 줬다.
이 환자는 27일 굿모닝병원을 나와 삼성서울병원에 오는 과정에서 사실상 방치됐다. 이 병원에서 퇴원한 후 호흡에 계속 곤란을 느꼈다고 한다.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를 외부에 계속 배출한 것이다. 이 환자는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 유동인구가 많은 평택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때는 본인이 운전한 승용차를 이용했다. 평택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이후 1시간 동안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로 이동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시외버스 승객의 추가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당시 해당 버스에는 14번 환자, 운전자, 다른 승객 5명 등 총 7명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버스 운전자 한 명과 승객 4명은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승객 1명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는 “버스 탑승객 인원이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며 “격리대상자 외 버스 내 전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14번 환자는 이날 낮 12시40분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도착해 119로 전화했다. 요원 3명과 함께 구급차가 곧바로 왔고 이를 타고 오후 1시가 넘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그가 타고 간 119구급차의 요원과 운전자 6명도 자가격리 중이다.
아직까지는 버스 승객이나 119대원 중에서 메르스 감염 증세를 보이는 이는 없고 오는 10일에 격리가 해제된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해당 구급차는 14번 환자를 삼성서울병원에 이송한 이후 또 다른 환자 4명을 태웠다. 구급차 안엔 이 환자가 기침을 하면서 쏟아낸 가검물이 묻어 있을 수 있다. 당시 119 대원들은 알코올과 분말로 소독만 하고 다른 환자들을 이송했다. 이 때문에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고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태울 때 이런 정도의 소독을 하도록 하는 규정만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CCTV 분석 결과 3차 감염이 대거 발생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 환자 675명과 의료진 218명 등 893명(밀접 접촉 115명)이 14번 환자에게 노출됐다고 파악돼 즉시 통보·격리했다”고 말했다.
윤호진·노진호·신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