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 9100여만 개가 순차적으로 거래 중지된다. 금융감독원은 장기 미사용 계좌가 범죄자금의 이동 경로인 대포통장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같이 조치한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13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이달 중 국민·하나은행, 다음달엔 신한·농협·기업은행이 장기 미사용 계좌의 거래중지에 나선다. 다른 은행과 금융회사들도 9월까지 이에 동참한다.
금감원은 ▶예금잔액 1만원 미만에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 ▶예금잔액 1만~5만원에 2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 ▶예금잔액 5만~10만원에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장기 미사용 계좌로 예시했다. 3월 말 기준으로 이런 계좌는 9100여만개다. 2억여개인 전체 요구불예금 계좌의 45% 가량이다.
거래중지를 피하려면 은행별 중지 예정일 이전에 입출금 거래를 한 번 이상 해야 한다. 거래중지가 됐다고 돈의 소유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은행 창구를 방문해 금융거래 목적 확인서를 제출해야 계좌를 다시 쓸 수 있다. 김용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팀장은 “은행들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계좌중지 대상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거래중지를 피하려면 문자메시지를 받는 즉시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장기 미사용 계좌 고객이 전화로 계좌를 해지할 수 있도록 간편 해지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에 거래중지 조치가 취해지는 장기 미사용 계좌는 휴면계좌와는 다르다. 휴면계좌는 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지났는데도(은행예금은 5년, 휴면보험금은 2년) 돈을 찾아가지 않은 계좌를 말한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