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계적 메르스 전문가 마리온 쿠프먼스 교수 "한국인, 공포에 떨 필요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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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

세계적인 메르스 전문가 마리온 쿠프먼스 교수(바이러스학ㆍ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의 바이러스과학 부문장)는 4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수장을 맡고 있는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는 메르스 연구에 탁월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 메르스 환자들의 바이러스 샘플을 보내 분석을 요청했다고 4일 밝힌 곳이기도 하다.

본지가 인터뷰를 요청한 3일은 한국 환자의 샘플이 도착한 때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쿠프먼스 교수는 한국 상황을 WHO를 통해 파악했다는 것을 전제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형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한국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발병 규모는 이례적인 게 맞다”면서도 “더 많은 발병자가 나온 사우디 아라비아의 사례에서 얻은 교훈은 접촉자 추적과 격리 같은 공중 보건 조치가 더 많은 확산을 막는데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변형 가능성에 대해 “이런 경우 바이러스가 변형된 것 아니냐는 우려는 항상 있을 수 있는데, 그 증거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쿠프먼스 교수는 “물론 바이러스가 변형됐는지를 분명히 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그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쉽게 전파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메르스 바이러스가 나타났던 여러 다른 나라에서의 연구는 병원과 환자의 집안에서의 한정된 전파만 발견했다”는 것이다.

쿠프먼스 교수는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자주 손을 씻고 일반적인 위생에 신경쓰는 일이다”라며 “한국 정부가 내놓은 지침을 몇 개 봤는데 적절해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모든 정보를 파악하진 못했으나,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집에 머물러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 바이러스는 지역사회에서는 멀리 퍼지지 않는다(The virus is not widespread in the community)”고 재차 강조했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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