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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탈북자·주부 1500명 상대 30억대 금융 피라미드 사기

중앙일보

입력

"2명이 가입하면 1명분은 돌려준다"며 1500명에게 금융 피라미드 사기를 벌여 30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피해자 상당수가 노인과 탈북자·가정주부였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4일 고수익을 미끼로 계(契)를 빙자한 금융 피라미드 조직을 만든 뒤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모(66)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들을 도운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2013년 8월부터 최근까지 부평구에 금융협동단체 사무실을 차린 뒤 노인과 탈북자·주부 등 1500명에게 금융 피라미드 프로그램에 가입하라고 권해 30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금융피라미드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사용료를 내고 들어온 프로그램이라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김씨 등은 "2명이 가입하면 1명의 가입비는 되돌려 받을 수 있다"며 93만원과 404만원 상당의 금융 피라미드 프로그램에 가입하라고 권했다. 또 "적극적으로 회원을 모집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자동으로 회원수를 채워주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한다"고 현혹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프로그램 사용료 명목으로 13만~60만원을 따로 받아 챙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모두 사기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가입을 권유한 금융 피라미드는 실체가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들은 자금 관리, 사무 관리, 그룹 관리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음식 등을 제공하며 노인 등을 끌어들였다. 피해 사실을 알아차린 회원들에게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면 이미 투자한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피해자 173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대부분 자녀에게 생활비를 의존하는 노인이나 한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은 탈북자와 주부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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