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키우고 아낄줄 알아야한다"|인재 안키운 중정, 개혁맡을 세대없어 고민|오늘의 「무서운 아이들」은 잘못된 교육때문|이상용 <서강대교수·정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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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에 있었던 중공 제12차중앙위원회 제3차전원회의는 중국공산당이 집권한이후 최대의 변화를 시사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무려 1만6천자에 달하는 새 경제개혁결의안을 공표하면서 중공은 집권 35년만에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기본골격을 비록 잠정적일지 모르나 과감하게 버렸다. 시장경제의 가격제도를 도입하고 이윤을 내는 기업운영을 결정하고 차등임금제를 허용하고 그밖에도 생산성향상을 위한 물질적 보상제도등 거의 자본주의경제에 방불한 경제제도를 택하기로 결정하였다.
등소평의 실용주의는 물론 사회주의 혁명의 포기가 아니다. 70평생을 공산혁명에바친 등소평이 하루아침에 공산주의를 포기하겠는가? 모의 교조적노선이던 「사회주의혁명을 통한 강대중국건설」을 「선강대중국건설, 후사회주의혁명완성」으로 순서를 뒤바꾸어놓은데 불과한것이다.
중공의 과감한 경제개혁 의지자체는 일단 인정해준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들이 기대하는 변화를 성취할수 있을까하는데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장담할수 없다. 너무나 어려운 점이 많기때문이다.
개혁은 의지·능력·환경여건의 세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그 열매를 맺을수 있다. 우선 의지자체가 불투명하고 강하지 못하다면 물론 개혁은 한낱 말장난에그치고 만다.
의지는 확고하지만 능력이따르지 못하면 그것은 「개혁에의 환상」으로 머무르고 말지 현실화될 수 없다. 의지와 능력이 갖추어졌다하더라도 나라안팎의 사정이 나빠지면 역시 결실을 맺지못하게 된다. 이것은 어느나라의어떠한 개혁에도 적용되는 보편진리다.
중공은 새로운 경제개혁을추진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의심스럽다. 다른것은 몰라도 사람이 없다. 중공은 공산혁명을 추진하면서 약4천만의 사람을 죽였다. 이중에는 어렵게 해외에 나가 훈련받고온 소중한 지식인과 기술인력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의식개혁으로 사회주의혁명을 한다고 큰 바람을 일으켰던 10년간의 문화대혁명기간에 대학의 문을모두 닫아 지금의 30대는 거의 모두가 고등교육을 받지못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대학에는 가르칠 사람들이 없는 지경이다.
홍위병으로 나서 몰려다니며 혁명만 하던 젊은이들이 이념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제대로 훈련되었을리가 없다.
이러한 「저질」의 사회주도인력을 가지고 어떻게 개혁을 추진할수 있겠는가?
등소평세대의 중공당의 「제1제대」간부들은 거의 모두 해외유학생들이다. 중국이 가질수 있었던 최고의 인재들이었다.
40대와 50대가 주축이 되는 이른바 「제2제대」는 문혁때 가장 피해를 많이 본세대여서 껍데기만 남았다.
이들이 제1제대를 이어 10억의 중국을 이끌어 나갈수 있을까? 70대의 등소평파 그 동료들이 아직도 그다음세대에 지도권을 못물려주는 고민이 그속에 있다. 문혁으로 멍든 30대의 제3제대가 나설수 있을까? 그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될것이다.
중공은 사람을 키우지 않았던 죄로 때늦은 용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새로운 개혁을 추진할 힘을 잃고있는 것이다.
중공의 안타까운 몸부림은 대만의 번영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대만의 오늘의 기적은 사람을 키워 이룩했다. 없는 돈을 쪼개어 교육에 심혈을기울여 하나같이 발랄하고 우수한 젊은세대를 키워 오늘의 대만을 일군것이다.
우리도 중국과같이 후진의멍에를 벗고 남처럼 잘사는사회를 만들어 보려 뛰고있다. 지난 40년동안 우리도 숱한 변혁을 시도해왔었다. 군사혁명도 해보았고, 전제주의적 효율성을 기대하고 이른바 유신이라는 것도 해보았다.
40년동안 공화국이 다섯번이나 바뀌었으니 우리도 변신을 위한 몸부림은 누구못지않게 쳐온셈이다.
우리는 성공했나? 얼른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 헐벗고 굶주리던 과거에 비해 많은것을 성위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지금 추세로 나가면 서기2010년쯤에 가서야 비로소 1970년대의 일본쯤되리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이러한 기대도 우리가 잘해 나간다는 전제에서다. 뚜렷한 의지·현명한 전략·착실한 노력, 그리고 안정된 내외환경이 전제되어야만 바라볼 수있는 꿈이다.
의지는 우리 모두가 새롭게 다짐한다고 치자. 그리고 내외환경이야 하늘에 맡기는수밖에 없으니 우선 접어두기로 하자. 남는것은 우리의꿈을 실현해 나갈, 대를 이어 개혁을 추진해나갈 사람을 키워놓았는가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70년대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은 우리가 가장어렵던 50년대에 앞선세대가 희생적으로 후세를 가르치고키운 결과라고 할수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우리는 교육에서 앞날을 흐리는 씨앗을심었다.
잘못된 교육철학,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 당장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안일한 정책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학교는 살벌한 시장바닥으로 전락하였다. 우수한 인재는 모두 대기업이 데려다쓰고 각급학교는 자격을 갖춘 교원을 못구해 빈사상태에 들어섰다.
대학생의 학력저하, 정서불안정한 청년들, 옳고 그른 것을 스스로 판단할줄 모르는 무서운 아이들…. 오늘의 대학의 무질서는 따지고 보면 교육에 등한했던 우리의 죄값이라고 할수도 있다. 이대로 계속나간다면 10년뒤의 한국은 어떤 사회가 될까? 걱정이앞선다.
중공의 현실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속적인 발전, 밝은 미래의 꿈을 실현하려면 사람을 키워야한다.
그리고 키운 사람을 아껴야 한다. 21세기의 한국은 오늘 우리가 우리 손으로키운 다음 세대의 질에 달려있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자원도 유산도 없는 우리가 가진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지 않은가? 지금부터라도다시 교육입국의 사회운동을 전개하자. 그리고 최고급인재를 각급학교에 우선적으로 유치하는 혁명적단안을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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