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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새벽 800억원 승부 … 두 남자 발 끝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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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리오넬 메시(28·FC바르셀로나)의 폭풍 드리블 VS 안드레아 피를로(36·유벤투스)의 송곳 프리킥. 7일(한국시간) 오전 3시45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리는 2014-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스페인)와 유벤투스(이탈리아)의 결승전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승자는 우승상금 1050만 유로(약 127억 원)에 4강까지 누적상금·중계권료 수입 등을 포함해 약 800억원을 거머쥔다. 승부는 메시의 50m 폭풍 드리블과 피를로의 정교한 프리킥에 달렸다.

메시, 수비수 4명 제치고 국왕컵 결승골

 공격수 메시의 주특기는 드리블이다. 메시는 지난달 31일 아틀레틱 빌바오와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결승에서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부터 드리블 돌파로 수비수 4명을 제친 뒤 골망을 갈랐다. 11초 동안 메시는 홀로 공간과 시간을 지배했다.

 메시는 2007년 4월 18일 헤타페와 코파 델 레이 4강 1차전에서도 하프라인 부근부터 드리블을 시작해 수비수 4명에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터뜨렸다.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5)가 1986년 월드컵 잉글랜드전에서 넣은 50m 드리블 골과 흡사했다. 메시는 어릴적 마라도나 경기를 직접 보고, 아버지가 사준 비디오 ‘마라도나 최고의 순간들’ 을 지겨울 정도로 돌려봤다.

  잉글랜드 명수비수 리오 퍼디낸드(37)의 자서전 『두 얼굴의 센터백』에는 퍼디낸드와 프랑스의 공격수 티에리 앙리(38)가 메시를 묘사한 대목이 나온다. 앙리는 “바르셀로나 연습경기에서 메시가 파울을 당했는데 프리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잔뜩 화가 난 메시는 골키퍼로부터 공을 넘겨받더니 상대팀 선수 전부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며 “나도 어릴적 그랬던 적이 있지만 메시는 세계 최고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골을 넣었다. 지네딘 지단(43·프랑스)이나 호나우지뉴(35·브라질)도 그런 골을 기록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는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1부 리그인 세리에A와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당 약 0.5실점의 철벽 수비를 펼치고 있다. 유벤투스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31)는 “메시는 축구의 신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수비를 상대로 ‘원더 골(wonder goal·놀라운 골)’을 넣지는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유벤투스 미드필더 피를로의 주특기는 자로 잰듯한 왼발 프리킥이다. 피를로는 세리에A에서 프리킥으로만 28골을 터트려 이 부문 공동 1위다. 피를로는 어릴적 이탈리아 신문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를 꾸준히 샀다. 신문을 사면 끼워주는 로베르토 바조(48·이탈리아), 미셸 플라티니(50·프랑스)의 프리킥 비디오를 얻기 위해서였다.

피를로, 프리킥으로 28골 넣어 리그 1위

 특히 피를로는 ‘데드볼 스페셜리스트’ 로 불리는 브라질 공격수 주니뉴(40)의 프리킥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주니뉴는 2000년대 무회전 프리킥을 대중화시킨 주인공이다. 피를로는 주니뉴의 프리킥 동영상과 슈팅 사진을 수집한 뒤 반복해서 연습을 한 끝에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피를로는 자서전 『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에서 “처음에는 공이 크로스바 위로 날아갔다. 하지만 반복 연습한 결과 3개의 발가락만 이용해 볼을 차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러면 볼이 골대 근처에서 떨어지면서부터 회전하기 시작한다” 고 비법을 소개했다. ‘프리킥의 마법사’ 피를로의 프리킥이 이번에도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바르셀로나 골문에 꽂힐까.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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