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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목요일] 무서운 메르스? 전염력은 홍역이 훨씬 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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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은 감염질환 중 하나다. 치사율이 높다고 하나 폐렴이나 비브리오패혈증 등 흔히 알려진 감염질환도 노약자나 기존 질환이 있던 환자가 걸리면 치사율이 50%에 달한다.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메르스는 기존 감염질환과 비슷하지만 생소해 근거 없는 공포감이 우리 사회에서 조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걸리는 기존 감염질환에 대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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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질환은 크게 비말(飛沫)감염, 공기감염으로 나뉜다. 비말은 감염자의 콧물이나 침 등 호흡기 분비물을 말한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박소연 교수는 “지름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를 기준으로 비말감염, 공기감염을 나눈다. 메르스바이러스는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비말 입자가 무겁기 때문에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1~2m 이내 떨어진다”고 말했다. 단, 병원에서 감염자에게 호흡 유지를 위해 기도삽관을 할 때에는 감염자의 호흡기에서 5㎛이하의 미세한 물방울 입자(airosol)도 나오는데, 이 입자를 타고 메르스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다. 병원 밖 일반인들이 거주하는 공기 중에는 이런 미세한 물방울 입자가 없어 메르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단, 병원에서 감염자에게 호흡 유지를 위해 기도삽관을 할 때에는 감염자의 호흡기에서 5㎛이하의 미세한 물방울 입자(airosol)도 나오는데, 이 입자를 타고 메르스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다. 병원 밖 일반인들이 거주하는 공기 중에는 이런 미세한 물방울 입자가 없어 메르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한국인들이 잘 걸리는 대표적인 비말감염으로 독감과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이 있다. 독감은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지만 따뜻한 봄에도 유행한다. 변종된 바이러스 때문이다. 가까운 홍콩의 경우 평균 기온이 16.9도였던 올해 2월 초 인플루엔자가 유행해 약 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마카오에서 세 살 아이가 사망해 또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볼거리는 양턱 부분이 부어오르는 질환이다. 예후는 좋은 편이지만 남자아이에서는 10명 중 3명꼴로 고환염이, 여자아이에서는 7% 정도가 난소염이 생겨 주의해서 돌봐야 한다.

 공기감염이란 지름 5㎛보다 작은 입자가 감염원인 경우다. 바이러스 특성상 공기 중의 먼지와 함께 떠다니다 사람 폐로 흡입돼 들어오면서 감염된다. 결핵·홍역·수두·사스 등이 공기감염으로 분류된다. 특히 결핵균이 요주의 대상이다. 한국에선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1위다. 결핵환자가 내뿜은 공기만으로도 전염되고, 잠복기가 사람마다 달라 유의해야 한다. 결핵균에 노출되면 10명 중 3명꼴로 감염된다. 그중 평균 10%가 중증 결핵으로 발전한다. 박 교수는 “요즘 결핵은 교실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잘 생기는데, 요즘 아이들이 다이어트를 해 영양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결핵에 쉽게 감염되고 중증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역은 전염력이 강한 감염질환이다. 지난해 홍역 발생자 수는 442명이었다. 고려대 최 교수는 “예방접종을 실시한 후 국내에는 홍역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중국과 베트남 등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나라의 이주 노동자로부터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력이 높은 대신 치사율은 낮지만, 임신부나 노약자가 걸릴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말감염과 공기감염이 항상 뚜렷이 구분되는 건 아니다. 독감도 매년 발생하는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공기로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대변·곤충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도 있다. 장관출혈성대장균질환이 여기에 속한다. O-157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대변을 본 뒤 손을 잘 안 씻고 요리를 하거나 다른 물건을 만질 때 바이러스가 옮는다. 집단으로 걸리는 경우가 많고 치사율이 60% 정도로 매우 높아 주의해야 한다.

 로타바이러스도 대변을 통해 옮는다. 박 교수는 “설사로 입원하는 아이 3명 중 1명은 로타바이러스 때문이다. 주로 어린이집이나 조리원 신생아실 등 공동시설에서 감염된다”고 말했다. 필수예방접종이 아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더욱 높다.

 곤충이나 동물을 매개로 옮기는 감염도 유의해야 한다. 모기가 매개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때 유행했던 일본뇌염은 현재 예방접종이 잘되고 있어 크게 줄었다. 하지만 한번 걸리면 중증으로 이어져 뇌에 염증이 오고 경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말라리아는 동남아에서만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박 교수는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지역이 말라리아 위험 지대다. 지난해만 640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감염병 피하려면 세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첫 번째는 손 씻기다. 손을 씻을 때는 손등·손톱을 1분 이상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 씻는다. 병균은 옷에 묻으면 2시간 후 사라지지만 사람 피부에 닿으면 12시간 살아 있다.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로 40초 이상 손을 씻으면 99.8% 세균이 제거된다. 두 번째는 면역력 높이기다. 박 교수는 “골고루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특히 단백질 보충을 유념한다. 항체를 만드는 재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식물 관리도 중요하다. 식중독균은 4~60도 사이에서 잘 자라므로 찬 음식은 4도 이하, 뜨거운 음식은 60도 이상으로 보관한다. 박 교수는 “특히 냉장고는 안을 70% 이상 채우면 적정 온도가 유지되지 않으므로 적당한 양만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영·이민영 기자 jy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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