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디자인·조명·음악의 "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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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 의 정통극에 스트립걸이 등장하는가 하면 비디오아트가 총동원 됐다.
한독수교1백주년기념공연으로 지난 26일부터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파우스트』는 31일 마지막공연을 남긴 현재, 11년전 국립극단이 서울장충동으로 옮긴이래 최대의 유료관객을 맞아들이고 있다.
개막 초부터 국내최초의 무대세트 리허설을 가져 화제가 된 이번 무대는 연기자를 중심으로 한 줄거리 전개를 절제한 반면, 무대디자인과 조명·음악을 통해 상징언어로 전달한 연출의 기법이 크게 돋보였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느니라 』는 신약성서를 『태초에 행동이 있었느니라』로 번역하면서 노학자 「파우스트」와 사탄 「메피스토펠레스」간의 선과 악의 대결이 긴박감 있게 펼쳐진다.
연극평론가 양혜숙교수(이대·독문과) 는 『무대장치와 조명이 국립극장 대극장을 생동감있게 요리한 반면 연기자들의 역할은 다소 죽었다』 면서 「파우스트」와 「그레트헨」간의 사랑을 지나치게 크게 취급함으로써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파우스트」의 내면갈등을 조명하는데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관객들의 평은 『신기한 쇼를 보는 것 같다.』는 입장과『고전이 아닌 「연극 파우스트」를 봤다』 는 것으로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공연된 『파우스트』가 시어중심의 공연이었다면 이번 무대는 철저히 보여주는 연극으로 충격을 준 셈.
연기자를 중심으로 한 내용으로 극을 풀려고 한 것이 지금까지 『파우스트』의 해석이었다면 배우는 묶어두고 빛깔과 무대장치·소리로 극을 이끄는 것이 결국 연출자 「기징」의 의도였다.
「기징」은 『19세기의 정통극을 현대적인 수법으로 처리한 것은 우리들 이웃의 인물로「파우스트」를 현실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한다.
어쨌든 이번 무대에 대해 연출가 김우옥씨는 『오키스트러박스를 상승시켜 무대를 활용한 점이나 마술을 부리듯 술이 솟아오르고 ,형광등 조명으로 무대를 흑백으로 단순화한 점, 중간박수를 터뜨리게 했던 발푸르기스밤의 비디오축제, 십자가를 상징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위용 등 정통극도 형식은 전위극으로까지 변용될 수 있다는 고전해석의 새로운 가능성을 심어주었다』고 평하고 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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