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잠수함 결함, 눈감고 대기업에 취업한 전직 해군 장교 기소

중앙일보

입력

해군의 9000억원대 차기 잠수함(KSS-Ⅱ)의 결함을 눈감아 준 뒤 전역 후 대기업에 취업한 전직 해군 장교가 재판에 넘겨졌다. 해군은 장기간 잠수에 필수적인 연료전지의 가동이 갑자기 멈추는 중대 결함을 모른 채 잠수함을 인수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전직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인수평가대장 임모(56·예비역 중령)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ㆍ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임씨는 2007년 1월~2010년 2월까지 현대중공업이 해군에 납품한 1800톤급 차기 잠수함 3척(손원일함ㆍ정지함ㆍ장보고함)의 시험평가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임씨는 2007년 2월 현대중공업 임원으로부터 “잠수함 납기를 맞출 수 있도록 시운전 평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주고 결함을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허술하게 평가를 진행했다. 잠수함 사업의 경우 시운전 평가에서 작전요구성능에 미치지 못하거나 결함이 발생하면 해군은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지연비용은 업체 측에서 부담해야 한다.

총 9450억원이 투입된 차기 잠수함 사업은 물 속에서 장기간 잠수할 수 있는 연료 전지를 장착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현대중공업은 독일제 연료 전지를 부품으로 썼다. 하지만 잠수함 건조 후 시운전 평가에서 잠수함 3척 모두 연료 전지가 정지하는 결함이 발생했다고 한다. 손원일함 16차례, 정지함 43차례, 안중근함은 63차례나 멈췄다.

평가를 총괄한 임씨는 이런 결함을 무시하고 “문제를 해결해 평가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상부에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독일에 부품을 보내 수리하는 동안 각 잠수함에 장착된 같은 기종의 연료 전지를 가져와 가동하는 식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24시간 연속으로 시험해야할 지속 성능 평가를 5시간 만에 마무리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특히 전역 이후 사흘 만에 현대중공업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특수선사업부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합수단은 임씨를 도와 허위의 시험 평가를 한 혐의로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 기술원 이모(48)씨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