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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수도권 밖으로 나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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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확산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초 감염자가 아니라 2차 감염자가 옮긴 3차 감염이 현실화된 것이다. 70대 남성 2명이 메르스에 3차 감염되고 2명의 감염자가 사망했다. 3차 감염자는 73세 호흡기 질환자, 78세 만성병 환자다. 이들은 첫 환자(68)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40세 남자 환자(16번째 확진)한테서 옮았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 40세 환자와 같은 입원실을 쓰다 감염된 것이다. 3차 감염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이로써 메르스 총 환자는 25명으로 늘었다. 지난 1일 사망한 의심환자(57·여)가 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돼 첫 번째 사망자가 됐고 지난달 28일 여섯 번째 감염자로 확진돼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오던 71세 남성도 1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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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2009년 신종플루 퇴치에 6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방역 노하우를 끌어올렸다고 자평했으나 메르스 확산 과정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기·충남·충북의 초·중·고 및 유치원 154곳이 이미 휴업에 들어갔거나 3일부터 휴업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보건 당국은 “(3차 감염 발생 병원에서) 양성인 사람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병원 밖에서 3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병율(전 질병관리본부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인은 대도시에 밀집해 살고 있어서 격리 대상자 중에 언제 어디서 환자가 생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정의 환경이 병실과 유사하기 때문에 가정 내 전파도 무시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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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확산 예방의 핵심은 감염 환자에 노출된 사람이나 의심환자를 빨리 찾아내 확진하고, 음압병상(바이러스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는 특수병상)에 격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25명으로 늘면서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사람이 4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거쳐간 병원만 해도 30여 곳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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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당국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첫 번째 사망자가 지난달 25일 중태에 빠졌는데도 6일이 지나서야 소재지를 파악했다. 50세 이상 고령자, 당뇨병 환자 등의 고위험군은 별도 시설에 격리하겠다고 했지만 2일 현재 별도 시설 격리자는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자가 격리까지 포함하면 관찰 대상자는 75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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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3, 4차 환자가 계속 터져 나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대책을 짜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병율 교수는 “중앙정부만으로 막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 광역단체장과 시·군·구청장이 나서 보건소 직원을 차출해 밀접 접촉자 한 명당 두 명의 공무원이 달라붙어 찾아내고 이들을 시·도 내 연수원 같은 데에 격리하되 이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우선 감염자가 발생한 데는 지역거점병원을 지정해 여기서 의심환자나 호흡기 환자를 진료하게 하고 순차적으로 전국에 거점병원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2009년 신종플루 때 전국에 575개의 거점병원을 운영한 바 있다. 최상호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차 병원(중소병원)에 흩어져 있는 의심환자나 감염자, 격리대상자를 거점병원 같은 데로 모아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전 질병관리본부장)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학병원별로 호흡기내과 중환자실 일부를 비워놓아야 하고, 의사들도 열이 나는 환자를 큰 병원으로만 보내지 말고 환자의 이력 등을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해 국민의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노진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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