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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장학사업 40년 '인간 상록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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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반평생을 장학사업에 매진해온 오정섭(吳貞燮.사진) 동성회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 88세.

아파트 방화문 제조업체인 동방강건(현 동방노보펌) 창립자인 고인은 건축자재 업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온 중소기업인. 하지만 40여년 동안 무려 이공계 학생 1천5백여명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준 것으로 더 유명했다.

가난한 가정형편 탓에 초등학교를 마친 뒤 곧바로 철공소에 취직을 해야 했던 고인은 타고난 성실함으로 1945년 광복 후 철공소를 인수했고 사업이 안정된 59년부터 자신처럼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불행한 학생들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취지로 장학재단인 '동성회'를 세우고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강성구(민주당)국회의원.김대항 진아교역 사장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모두 동성회의 도움으로 오늘날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96년부터는 고인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친 3백여명이 동성회 설립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동성장학 동문회를 만들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들에게 다시 장학금을 수여하는 '사랑의 릴레이'를 펼쳐 우리 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 한국상록회본부는 96년 고인을 '인간 상록수'로 선정했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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