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국제 정보질서 구축의 「디딤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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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4국제방송인심포지엄 (IBS) 은 국제정보질서 속의 남남 및 남북협력은 대결이 아닌 화해와 조화로 이룩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 심포지엄은 제3세계 65개국 77명의 방송관계자 및 학자들이 참가, 3일간에 걸쳐 ▲방송철학 ▲방송기술 ▲교류문제를 토의하고 마지막 날인 26일 제3세계 방송인들의 신국제정보 질서를 위한 「서울선언」을 내기로 합의했다.
오는 31일 발표예정인 이「서울선언」 은 ▲IBS를 상설기구로 존속시키고 사무국은 서울에 둔다 ▲집행위원장 (lBS위원장) 은 이원홍 KBS사장으로 한다 ▲남남협력을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 ▲방송연구소 설립 및 ▲국제방송저널 발간 및 연구를 지원한다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IBS는 70년대부터 시작된 제3세개의 선진국 정보유통 독점지배에 대한 반발로 유네스코와 제3세계 모임에서 활발히 토론돼 온 국제정보 질서의 불균형에 대한 제3세계 방송인들의 의견을 집약했다는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제3세계는 지금까지 선진국 곧 제1세계의 정보유통 독점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시정, 즉 상호동등한 교류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선진국의 냉담한 반응과 제3세계 각국의 정치적 사회적 기술적 약점으로 구호에 그친 감이 많다. 그러나 제3세계의 이같은 요구는 점차 단합된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이같은 심포지엄을 통해 제3세계의 의견을 재종합, 재확인 한 것은 커다란 의의가 있다.
특히 지금까지 남북이 대결적 입장을 서로 고수, 대화에 평행선을 그어 온 것과는 달리 「화해」및 「조화」를 내세워 일견 발전된 의견일치를 보인 것은 특색이라 할 수 있다.
더우기 IBS를 통해 한국이 제3세계에 속하고 있고, 제3세계 가운데 선도국가로서 신 국제정보질서 구축에 앞장 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나름대로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또 이번 심포지엄에서 「가장 인간적인 것」, 즉 방송은 인간적인 성장, 인간적인 가치를 중시함으로써 방송 스스로의 존립가치를 확인하고 남남 및 남북 방송문화 교류에도 이같은 방송철학의 확립으로 문호를 비교적 쉽게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의는 그런대로 뜻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이 남북은 물론, 남남의 교류에도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제3세계 국제회의에서와 같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연구과제」로 넘긴 것이라든지, 서울선언이 「일반적 선언」일 수 있다는 점을 좀더 주의깊게 다루지 못한 감이 있음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이번 심포지엄과 선언문에서 다루어지는 「화해」「조화」의 테마는 비동맹 및 제3세계 강경국들이 벌여온 격렬한 주장과 거리가 있어 이들 강경국들의 비판가능성에 대한 어떤 대비가 있었는지는 IBS 스스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IBS가 상설기구로 정착되고 제3세계 방송교류에 구심점이 되도록 활동을 규모있게 펴나갈 경우 제3세계에서 한국방송의 위치가 단단해질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수효과가 될 것이다.
반면에 한 아시아 국가에서 온 참가자가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의 승리』라고 코멘트한 것은 한국측의 활발한 심포지엄 참가에 대한 찬사와 지나친 한국주도의 회의라는 비판이 함께 곁들여 있음을 IBS집행위원들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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